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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17. 2022

<농촌 체험하기> 36마리의 닭과 산삼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열 네번째 이야기

    5월 첫번째 주말이었다. 인천 집에서 쉬고 있으려니까,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간의 카톡방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보통 주중에만 활발한 카톡방이, 주말인데도 시끄러운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의미이다. 카톡을 열어보니까, 여러 마리의 닭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었다. 엊그제 지어놓은 닭장에 36마리의 닭들이 입주한 것이다. 일반 중닭이 대부분이었는데, 백봉, 청계, 오골계 등 다른 품종의 닭들도 눈에 띄었다. 닭들이 이리 저리 노니는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까, 새로운 식구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최선생님의 제안으로 닭장 만드는 일이 시작되었다. 5월 첫째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닭장을 만들기 위해서, 남자동료들이 모두 사랑채에 모였다. 그리고는 공구실에서 필요한 장비들을 가지고, 닭장을 지을 장소로 갔다. 닭장은 우리들의 개인 텃밭과 최선생님이 머물고 있는 각시추 방 사이에 짓기로 했다. 산채마을 펜션의 뒷산에 접한 곳이었다. 닭장을 지을 때 필요한 쇠기둥과 기둥 이음새 등은, 옛날 비닐하우스를 분해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는 비닐하우스로 가서, 필요한 만큼 기둥과 기둥 이음새 등을 분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필요한 재료들이 모두 모아지자, 대표님이 구상한 전체 닭장의 설계도를 땅에 그리면서 설명해주었다. 10~15평 정도 되는 비교적 넓은 공간을 이용한 닭장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의 일부를, 닭장 안에 포함해서 짓자고 하였다. 그래야 닭들이 필요할 때 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닭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1평 정도 규모의 작은 집도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이곳은 계란도 낳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는 대표님의 말을 듣고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비닐하우스에서 뽑아온 쇠기둥들을 필요한 길이에 맞게 잘라낸 다음, 닭장의 외부 경계선에 박아 넣었다. 기둥들 사이에는 그물망을 쳐서, 다른 짐승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 

  비가 올 때 쉬거나 계란을 낳을 수 있는 소규모 공간에는 지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붕의 물매에 맞는 크기의 기둥을 박았다. 지붕에 칠 비닐을 고정시킬 수 있는 패널을 덧대는 작업도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의 문을 떼어다가, 닭장 문을 만들어 주었다. 대표님이 2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한 작업은, 5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끝마칠 수 있었다. 

 

 남자동료들이 땀을 흘리는 동안, 몇몇 여자 동료들이 새참을 준비해왔다. 최선생님 부인은 당면과 막걸리를 준비해왔다. 주말에 놀러 오기로 한 자녀들을 위해서 준비한 냉면이란다. 역시 음식솜씨가 좋은 최선생님 부인이 만든 것이라서 그런지, 당면이 맛있었다. 조금 뒤에는 장미씨가 냉 커피를 가져왔고, 일이 다 끝난 다음에는 전장군님 부인이 전을 부쳐와서 같이 먹었다. 누군가가 빵을 사와서 빵도 몇 개 먹었다. 일을 하는 중간 중간에 먹는 새참은, 휴식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농촌에서 새참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닭장 만드는 작업을 마치고 나는 인천으로 향했다. 매주 목요일까지 교육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금요일과 주말은 가족이 있는 인천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 사이에 최선생님과 신반장이 횡성 오일장에 가서 닭들을 사오기로 했었다. 


 새로 입주한 닭들이 노니는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으려니까, 또 다른 즐거운 소식이 카톡방에 올라왔다. 대표님이 30년이 넘은 산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몇 년전에 발견하고는 너무 어려서 나중에 캐려고 놓아두었는데, 그동안 찾지를 못했다고 한다. 이날 산나물을 캐러 산에 갔다가, 우연히 다시 발견한 것이다. 카톡방이 축하인사로 다시 한번 시끌벅적 해졌다.


  닭들도 새로운 집에 입주를 하고, 산삼도 원래 주인을 찾아갔다. 이런 것이 인연이라는 것인가? 모든 것이 자기가 머물러야 할 자리가 있는 것 같다. 그 자리를 찾아가면서, 각자의 인생 스토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둔내면에서 6개월 교육과정은 내가 머물러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탐색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이 끝난 뒤, 나는 어디에 있을까?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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