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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14. 2022

<농촌 체험하기> 스프링 쿨러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열 세번째 이야기

  그날 아침 스프링쿨러가 시원한 물줄기를 텃밭에 뿌리고 있었다. 나는 산채마을 펜션의 뒤쪽에 위치한 텃밭에서 물줄기를 맞으면서, 텃밭의 채소들을 하나씩 자세히 관찰하였다. 간밤에 얼마나 자랐는지, 해충이나 병에 걸린 흔적은 없는 지. 논밭의 채소나 작물들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먹고 자란단다. 그만큼 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물밖에 주지 않았는 데도, 무럭무럭 아무 탈없이 잘 자라주는 야채들이 고맙고 대견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생 10명이 공동으로 가꾸고 있는 밭의 규모는 총 삼천평에 달할 정도로 넓다. 그중 산채마을 바로 뒤편에 자리한 개인 텃밭은 이백 오십평 정도의 규모이다. 이것을 다섯팀에게 각각 오십평씩 나누어서, 각자 원하는 작물을 심게 했다. 어제 이백 오십평의 개인 텃밭에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였다.

  지하수로부터 물을 끌어올리는 주관(主管)이 개인 텃밭 바로 옆의 비닐하우스까지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비닐하우스 작물의 뿌리에 물을 줄 수 있는 점적관(點滴菅)을 연결하는 주관(主管)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 주관으로부터 노지 텃밭으로 향하는 보조호스를 연결하고, 보조호스들의 연결지점에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였다. 스프링쿨러 하나가 지름 12미터 정도의 원형 넓이로 물을 뿌릴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게 간격을 띄워서 설치하였다.


  그런데 보조호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겼다. 채소가 심어져 있지 않은 텃밭의 고랑 위로만 호스를 연결하면 좋은데, 개인 텃밭의 양끝에 위치해 있던 최선생님과 장미씨 텃밭은 이랑 위를 가로질러 가야만 했다. 보조호스가 꺾어져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관상으로도 보기 싫었지만, 멀칭 비닐에 심어진 채소들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텃밭 주인인 장미씨와 최선생님에게, 보조호스로 인해서 텃밭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자신의 텃밭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좋아할 리 없었기 때문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 했다. 장미씨는 흔쾌히 텃밭의 이랑을 가로질러서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는 데 동의해주었다. 전체 동료들을 위해서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텃밭의 일부에 손상이 가는 것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선생님은 한참 고민을 하더니, 스프링 쿨러의 물이 자신의 밭 일부에 닿지 않아도 좋으니까 이랑이 아닌 고랑에만 설치해달란다. 물이 닿지 않는 부분에는 자신이 직접 물을 운반해서 주겠다는 것이다. 텃밭에 손상이 가는 것 보다는, 힘들지만 자신이 직접 몸으로 때우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텃밭이 미관상 보기 싫어지는 것뿐 아니라, 채소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평상시에도 매우 꼼꼼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최선생님인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최선생님도 장미씨와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를 희생한 셈이다.


  두 사람의 텃밭에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2시간이 안되어서 설치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그 사이 여자 동료들은 개인 텃밭 바로 옆의 비닐하우스에 토마토 정식을 마무리 하고, 사랑채 탁자로 모여들었다. 그곳에는 이미 새참으로 순대와 막걸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제 원주의 상가집에 다녀온 대표님이 사왔다고 한다. 

  나는 원주의 집으로 갈 때 운전을 해야 해서, 막걸리 한잔을 앞에 놓고 동료들이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평상시 일을 할 때는 꼼꼼하고 농담도 별로 하지 않는 최선생님이지만, 술 한잔이 들어가자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반면에 장미씨는 활달한 성격 그대로 좌중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각자의 차이 나는 성격이 농사를 짓는 스타일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농사 짓는 스타일은, 나중에 수확에도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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