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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원 Mar 03. 2024

고양이 입양을 마음먹다

임시보호를 통해 고양이를 돌보는 게 어떤 일인지 몸소 경험하고 나니 문득 그동안 마음 속에 잠자고 있던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걸 간절히 바라고 꿈꿔왔던 시절이 내게 분명히 있었고 항상 현실적인 문제로 그 꿈을 꿈으로만 간직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오랫동안 원해오던 것도, 지금 내가 가진 것도 충분히 되돌아 볼 기회가 없었다. 찬찬히 지금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나는 어른이고 멀쩡한 직장도 있으며 넓은 집도 있다. 집주인이 동물을 싫어할까 걱정할 필요? 전혀 없다. 비록 은행에 채무를 지고 있지만 서류상 집주인은 은행이 아니라 나니까. 함께 사는 동거인의 동의 여부? 상관 없다. 나와 동거하고 있는 생물이라고는 몬스테라와 크로톤 나무 뿐이고 얘네는 고양이에게 해가 되지도 않고 크기가 큰 편이라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한다고 쉽게 죽는 식물도 아니다. 집을 많이 비우나?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바꾸면서 평일에 쉬는 날도 만들고 근무 시간도 많이 줄였다. 게다가 나는 쉬는 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이다. 내가 휴가를 가면? 병원 진료 때문에 아빠나 엄마가 주기적으로 우리 집에 와서 머물곤 하는데, 내가 집을 비우면 겸사겸사 오셔서 봐주실 거다. 아빠는 어릴 적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며 길고양이와 어묵탕을 나누어 먹은 추억이 있는 사람이다. 마당에 그렇게 자주 길냥이들이 들락거렸다고 한다. 엄마는 그냥 나처럼 고양이만 보면 귀여워서 사족을 못 쓴다. 두 분 다 아주 훌륭한 고양이 보모가 될 것이었다.


이 정도면 고양이님을 모실 자격이 되는 게 아닐까? 요즘은 고양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양을 보낼때도 아주 깐깐하게 심사를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까다로운 자격 심사에 찬성이었다. 고양이를 평생 책임질 사람을 찾는 거니까. 나 또한 그렇게 어려운 관문을 뚫고 고양이를 잘 키울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난 다음에 고양이를 만나고 싶었다.


처음에는 보호소에 있는 아이를 데려오려고 '포인핸드'라는 어플을 열심히 보았다. 그런데 그 어플을 볼 때마다 너무 울게 되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공고 종료로 안락사가 된 아이들이 많았다. 사진 밑에 써진 그 글자만 봐도 눈물이 솟아올랐다. 저렇게 작고 힘없는 아이들이 험한 세상에서 다치고 병들고, 아프지 않더라도 갈 곳이 없어 천국에 가야만 한다는 게 너무 마음아팠다. 어휴, 이걸 쓰면서도 눈물이 난다. 입양을 결정하려면 여러가지를 봐야 했다. 내가 차량이 없기 때문에 택시로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장소, 혹은 이송이 가능한 조건이어야 했으며 나는 다 큰 고양이를 원했기 때문에 형제, 자매가 떼로 사진이 올라오던 그 많은 아기고양이들은 다 배제했다. 그런데 매번 어플을 볼 때마다 우느라고 정신이 없어 입양이고 뭐고 아무런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다른 플랫폼을 찾았다.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를 이미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친구가 네이버에 있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카페를 추천해 주었다. 유명한 카페라서 이름을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이 곳에도 입양처를 구하는 글들이 꽤 있었다.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가정집으로 입양을 가야하는 사연도 다양했다. 이곳에는 아픈 고양이는 잘 치료해서, 꼬까옷을 예쁘게 입혀서 사진을 올려 주었다. 그 덕택에 나는 눈물바람이 되지 않고 글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글 중에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글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를 따라왔던 고양이 '래미'를 연상케 하는 흰 털의 고양이였다. 길에서 아가 둘을 낳은 엄마 고양이 그리고 그의 자식인 아들, 딸 고양이 이렇게 셋의 입양처를 구하는 글이었다. 딸 고양이는 이미 입양처가 정해진 상태였고 엄마와 아들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 곳에 연락을 했다. 입양 신청서를 써서 메일로 제출을 했고 전화로 면접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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