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원 Jun 30. 2024

우리 집에 고양이가 온대!

작은 두 덩이의 행복이 우리 집에 오는 날짜가 정해졌다. 2020년 11월 21일 저녁. 아이들이 살 환경을 점검할 겸 보호센터 담당자님께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까지 와주신다고 하셔서 집안 환경만 구비하면 됐다. 


현관에 이중문이 없는 집이라 쇠창살 형태의 방묘문을 사서 설치하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상태가 깨끗한 원목 캣타워도 구했다. 고양이들이 모자관계라 화장실이 큰 거 하나만 있어도 무방하다고 했지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어서 큰 화장실, 작은 화장실 이렇게 두 개를 빈 방에 설치했다. 모래도 기호성이 가장 좋다는 벤토나이트 모래로 깔아주었다. 같은 방에 스크래쳐와 고양이 장난감도 두었다. 높이가 조절되는 원목 식기 받침대와 식기 세트를 거실 한 구석에 두었고 물그릇은 크고 넓적한 것으로 하나는 거실, 다른 하나는 부엌에 두었다. 사료를 추천받아 로우즈라는 비싼 사료와 고양이들이 환장한다는 짜먹는 간식도 구비해 놓았다. 날씨가 쌀쌀해지던 시기여서 거실에는 큰 카페트를 깔아놓고 있었다. 카페트도 있는 편이 아이들이 뛰어다니기에 좋지 않을까 싶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고 전화 면접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담당자님과 그 분을 도와주고 계신 지인 분께서 케이지를 하나씩 들고 우리 집에 오셨다.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혼자 있으면 어색할까봐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다. 카나페를 준비해서 대접을 하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구조 당시 이야기는 이랬다. 컨테이너 밑에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게 되어 컨테이너를 찾아갔는데 그 컨테이너에는 나이 든 아저씨께서 살고 계셨다고 한다. 고양이 구조 이야기를 하니 처음에는 싫어하셨다고 한다. 자기 집 아래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니 본인 소유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매일 보고 지내니 아마 정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깥 환경이 혹독한 점, 흰 털이 눈에 띄어서 사고나 해코지를 당할 위험이 있는 점 등을 말씀드려 결국 동의를 얻어내셨다고. 아저씨께서 처음에는 엄마 고양이만 있었고 이 애가 아들 고양이를 먼저 낳고 몇 달이 지나 딸 고양이도 낳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엄마 고양이가, 안락한 환경을 잘 아는 이 고양이가 길에서 아기들을 낳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다행히 보호센터에서 모두가 중성화 수술을 받고 회복까지 마친 뒤 나에게 오게 되었다. 성묘 입양의 좋은 점이다. 


도착하자마자 케이지 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는데 둘 다 야옹댈 뿐 나올 기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엄마 고양이가 먼저 나와서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정찰하기 시작했다. 엄마 고양이가 멀어지니 아들 고양이도 따라 나왔다. 엄마 고양이는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했는지 소파 밑으로 들어갔고 아들 고양이도 따라서 들어갔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정보도 주고받고 아이들도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니 호기심이 동했는지 엄마 고양이는 소파 밑을 나와 이곳 저곳을 기웃대며 돌아다니다가 소파 밑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엄마 고양이가 소파를 떠날 때마다 아들 고양이는 엄마를 부르는 것처럼 애처롭게 울었다. 아이들이 쓸 물건과 배치상태를 체크하고 소파 밑에 숨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 보호센터 사람들은 먼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떠나셨다. 나도 임시보호하던 아이와 작별인사를 할 때 기분이 참 묘했는데 아마 이 분들도 그러셨을거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이 되니 그 분들의 기분은 내 안중에 없었다. 오로지 고양이들의 기분만이 나에게 중요했다.


그 분들이 떠나고 나니 더더욱 아이들은 소파 밑에 들러붙어 있었다. 밤 열한 시 쯤 되자 드디어 두 녀석 모두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캣타워에도 흥미를 보이고 꽤 오래 소파를 떠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지 않는 소파 밑이 가장 애착이 가는지 결국에는 그 밑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밥도 물도 화장실도 다 준비되어 있으니 적응을 할 때까지 관심주지 않고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간밤에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어떤 탐험을 할까? 하루가 지나면 더 잘 돌아다닐까?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거실 소파 밑에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장이 두근두근, 고양이 입양 신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