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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 Jul 07. 2023

운수 좋은 날!!

생각난 김에 오늘 로또 한 장 사려가야겠다.

  난 가끔 로또를 구입한다. 그리고 매 번 번호를 맞춰볼 때마다 당첨되는 상상을 하면서 순간의 짜릿함을 느낀다. 하지만 꽝을 확인하고는 떡이라도 사 먹는 게 나았겠다며 바로 후회한다. 여행 중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일이다. 몇 회차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서 이월된 금액이 어마어마해 스페인에서 이슈가 된 복권을 구입했다. 발표일이 될 때까지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걷고 또 걸었다.


  로또 발표일이 밝았다. 운수 좋은 날이었던가! 컨디션도 너무 좋았고, 하루 일정이 너무나 상쾌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산길을 가는 중이었는데 나와 친구는 산속에서 커다란 멧돼지와 맞닥뜨렸다.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는 건가? 지금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멧돼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몇 초가 지났을까, 멧돼지는 고개를 돌려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지나가는 게 아닌가. 아직도 등골 오싹한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씰룩거리던 그 멧돼지의 엉덩이와 배부르고 순한 멧돼지를 만난 그 행운을 말이다.


  미친 듯이 산에서 내려와서는 친구와 난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꿈에서 돼지를 봐도 대박운이라는데 우리는 진짜 돼지를 보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지 않은가? 로또 1등은 우리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구름 위를 날았다. 너무 긴장을 했던 터라 목이 탄 우리는 1유로를 꺼내서 콜라 마시려고 자판기를 눌렀다. 두두둥~~ 이게 무슨 소리? 하나만 나와야 하는데 콜라캔 두 개가 떨어졌다. 친구랑 둘이서 하나씩 시원하게 나눠 마셨다. 너무 시원하고 맛있는 목넘김이였지만 불길한 예감은 나만 느낀 걸까?


  남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길을 걷다 두어 번 마주친 외국인 친구가 한국인 아저씨가 다음 마을에서 우리를 기다린다는 말을 전해주였다. 일정 중에 만난 한국분이신 거 같다. 먼저 가신다고 가셨는데 속도를 줄이셨나 보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저녁을 꼭 사주고 싶으셨다고, 그래서 그날 우리는 최후의 만찬인 마냥 멋진 저녁식사를 얻어먹었다. 그렇게 멧돼지를 본 행운의 여신은 우리에게 1인 1콜라와 맛있는 저녁 만찬을 주었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맘이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그래도 난 생각한다. 그때 거기에 있었던 나 자신이 행운이었다는 걸 말이다. 생각난 김에 로또 한 장 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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