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창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느긋한 주말의 공방을 비춘다.
한쪽에서는 커피 향이 은근히 퍼지고, 익숙한 얼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담담히 지난 한 주의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흙을 다루는 손끝처럼 잔잔하게 공간을 채운다.
공방으로 향하는 길, 꽃집 앞에 놓인 프리지어 한 다발이 눈길을 끌었다.
유난히 밝게 피어난 노란 꽃잎에 마음이 머물렀다.
그 순간, 계획에도 없던 꽃을 들고 공방으로 향했다.
꽃을 내려놓자 누군가가 말했다.
“이 꽃을 꽂아둘 화병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때요?”
그 한마디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공방은 내게 단순한 취미 공간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이곳은 마음의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가 되었다.
일상에서 쉽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 집과 일터 사이에 머물던 숨결 같은 말들이 이곳에서는 가볍게 흘러나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외치듯, 마음 깊은 곳의 고백을 주저하지 않고 건네게 된다.
작품의 완성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흙을 만지는 동안 마음의 결이 풀리고,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무거웠던 생각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오늘 만든 화병도 꽃을 담기 위한 그릇이면서, 동시에 한 주간의 피로와 생각을 흙과 함께 빚어낸 기록이 된다.
나에게 공방은 쉼의 공간이자 마음의 대나무숲이다.
이곳에서는 억눌린 말들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그 자리에 잔잔한 평안이 내려앉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흙을 만지며, 오늘의 햇살을 손끝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