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고백
그때가 언제였을까 잘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싶단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이, 나의 남편에게서 말입니다.
남편과 전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은 아녔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대화를 안 하는 건 아녔지만 이젠 두 사람 다 익숙해졌던 터라 사실 크게 기대도 안 했었는데? 요즘 남편에게서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종종 듣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이야기, 그로 인해 관계에 힘을 더 쓰고 싶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
숨기고 싶었던 가족 이야기, 하지만 이젠 숨기기보다 (여전히 쉽게 말할 내용은 아니지만) 오히려 빛 가운데 드러나길 바람이 담긴 이야기.
자신의 현주소를 바라보면 꽤나 기계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며 변화를 꿈꾸는 이야기, 그럼에도 더 나은 자신이 될 거라는 소망과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회복을 바란다는 기도 담긴 이야기.
그리고 오늘은 주일을 지키는 날이 더 즐겁길 바란다며 이전보다 교회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이야기(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명확히 하겠단 뜻인가?), 주 1회 다 같이 모여 함께 교제 나누는 다락방 모임에도 가족 모두가 나가길 힘쓰겠다는 의지가 담겼던 이야기까지(이전엔 모이길 힘쓰지 않았고 교제의 즐거움도누리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자신의 약함은 절대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사람였기에
자신의 이야길 누구에게 먼저 꺼내는 사람이 아녔기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물어보면 장난치며 대답하기 일쑤였는데
어느새 그는 혼자만의 자기 성찰과 또다시 변화를 바라고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제가 들어도 이리 기쁜데 오랫동안 기다리시며 한결같이 변치 않은 사랑 주셨던 하나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그려지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이야길 내심 듣고파 했던
당신의 아내였기에
오늘 참 기분이 좋으면서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넘쳐나는 당신의 여러 의미 담긴 고백 덕분에 잠이 쉬이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다양한 고백들을 잊지 않으려
이 밤에 브런치를 엽니다. 그 고백 덕분에 감사해하는 자신을 잊지 않고파 글을 남깁니다. 남길 수 있는 이곳이 있어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밤입니다.
굿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