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
오후 당직이라 늦은 퇴근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는데, 여든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 어르신이 느린 걸음으로 버스에 오르셨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어떤 증서를 보이며 무임승차를 하셨고, 제 앞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운전기사는 요금을 결제하라며 채근했고, 어르신은 교통카드를 신청했는데 2~3개월은 걸린다며 다른 카드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운전기사의 잔소리 섞인 타박이 이어졌습니다.
어르신은 창밖을 바라보며 묵묵히 앉아 계셨습니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운전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와 어르신에게 다시 증서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다음에는 버스를 타지 않겠다”며 그 증서를 끝내 내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운전기사는 자리로 돌아가며 “다음에도 무임승차를 하시면 경찰을 부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승객들을 의식한 듯, “내 말이 야속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남들이 지키는 것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말을 맺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은 버스에서 내리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제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운전기사의 태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가 매일 마주할 수많은 상황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르신은 그중 한 사람일 뿐이었겠지요.
피곤한 저녁 시간이었을 테니 기사도, 어르신도 모두 지쳐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처음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버스비가 없어 난처했을 어르신은 사과 한마디 없이 “증이 나올 때까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양해를 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도 떠올랐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휴가 중에 전화로 퇴사를 통보했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아무 말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설득도 해보고, 후임이 구해질 때까지만이라도 근무해 달라 요청했지만, 결국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녀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동료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절차를 지키지 않은 모습에, 일의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하는지 곱씹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서로 다른 입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을 오로지 내 입장에만 두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두 상황을 떠올리며, ‘기본을 지키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는 동안 염치를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눈을 뜨자마자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준비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의미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