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후기

수레바퀴 아래서

by 다움

2월 22일, 해맞이 역사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을 했습니다.

미세 먼지가 옅게 깔리고 바람이 조금 차가운 날이었지만, 인사를 건네며 시작한 모임은 각자의 생각이 더해질수록 공기는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2월 독서 모임 책은 『수레바퀴 아래서』였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데미안』과 『싯다르타』까지 이어졌습니다.

세 작품을 나란히 두고 보니, 한 인간의 생이 억압에서 방황을 지나 깨달음으로 건너가는 흐름처럼 느껴졌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가 사회의 압박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이야기라면, 『데미안』은 알을 깨고 나오듯 자아가 각성하는 이야기이고, 『싯다르타』는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해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처럼 읽혔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생애가 작품 속에 겹쳐 보인다는 점에서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문장을 나누다가 이런 구절에 멈추었습니다.

“너무 악착같이 일하지 마라. 지나친 몰입은 소중한 것을 놓치게 만든다.”

한스는 누구보다 성실했습니다.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신학교에 입학했고, 공부로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성취의 동력이 과연 그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요. 성직자가 되는 일이 진정한 소명이었다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타인의 기대와 인정 욕구가 공부의 주요 동기였다면 그 기반은 애초에 불안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사회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며 우쭐해졌던 마음이 무너질 때, 그는 버틸 힘을 잃었을 것이라는 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공부라는 짐을 내려놓았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자유가 아니라 텅 빈 공허함 뿐이었다.”

이 문장들을 나누며 성과를 내려놓으면 내게 무엇이 남는가. 역할을 벗기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스의 죽음에 대해서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의 결말이기에 오히려 작품이 오래 남는다는 생각과, 만약 그가 신학교를 무사히 졸업해 성직자가 되었다면 안정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나왔습니다.

하일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까 하는 질문에는 그 선택은 한스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국 문제는 그가 혼자였다는 데에 생각이 모였습니다.

힘들 때 취약함을 드러낼 대상이 없었던 소년의 어깨는 너무 무거웠을 것입니다.


이번 모임에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았습니다.

나는 타인의 기대보다 나의 욕구에 더 귀 기울이고 있는지, 성과와 무관하게 몰입하는 시간이 있는지, 힘들 때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잘 굴러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정작 나 자신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어른들은 시간 낭비라고 하였지만, 한스에게 낚시는 숨구멍이었습니다.

각자의 숨구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레길 걷기와 달리기, 일기 쓰기와 요리, 방통대 편입 공부, 독서와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골프까지. 누군가는 일상의 사물을 곱씹고 의미를 찾으며 자아를 넓혀가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낚싯대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나니 즐기는 깊이가 달라졌다는 고백도 있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한 소년의 비극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사회 속에 서 있습니다.

미세 먼지가 자욱하고 바람이 차가웠던 그날처럼, 현실은 때로 숨이 막히게 답답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우리는 조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지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그리고 나를 숨 쉬게 하는 낚싯대를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수레바퀴 아래 깔리지 않고 살아가는 작은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2월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3월에도 기쁘게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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