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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Mar 30. 2024

나를 키운 순간들, 내가 그려갈 세상

통증이 준 선물

   


 한 달 전에  허리 시술을 하려 다가  호흡 곤란이 와서 시술을 받지 못하고 돌아왔었다. 장과 폐는 문제가 없지만 스트레스, 과로 등 정신적인 문제 일 거라 했다.  몸이 힘들 때마다 경험했던 증상이라  멈췄던 운동을  시작하고, 몸 맘을 돌보기 시작했다.

한 달을 그렇게 달래 가며 보내고 예약한 날짜에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도 남편이 연차를 내고 동행을 했다.( 역시 내 짐을 나누어져 줄  단 한 사람! )

그날따라 수술 환자가 많아서 병실이 비워질 때까지 한 시간 정도를  휴게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창밖을 멀뚱히 보고 있는데 한 눈에도 허리 수술을 한  어르신 두 분이 휠체어를 끌며 다가왔다.    

초면이었지만 눈인사를 나누고 금방 대화를 이어갔다. ( 아줌마가 되니까 신기하게  낯가림이 없어진다. ㅎ)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살아오신 이야기며 병원생활까지 듣게 되었다.ㅎ

 그 와중에도 깨알 같은 위로를 건네신다. 

시술이라 하니  자신들은 전신 수술이었다며 맘 놓고 후딱? 다녀오란다.( 아!   나도 진심 그랬으면 좋겠다.)    

동행한 남편은 한 발치 떨어져 창밖만 응시 중이었는데  나의 친화력에 혀를 내둘렀다. 흠흠!

      


 병실이 비워졌다는 간호사의 말에  인사를 나누고  환자복을 갈아입는데 그때부터  긴장되고

지인의  "다 잘 될 거예요"라는 말을 떠올리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하더니 피로감이 밀려왔다. ( 아! 이번만은 제발 ~)

항생제 테스터를 겨우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마음을 달랬다.( 자기 암시는 꽤 효과가 있다.)

지난 이벤트? 탓에  내과 예진이 필요하단다. 에효! 하는 수 없이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일어났다. 

긴장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이었으니 마음을 가볍게? 가지라는 당부를 듣고 병실로 돌아왔다.     

   

 드디어 주삿바늘이 꽂히고  이동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로 향했다.     

마취 전문의가  미리 와서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를 시행할 거고 시술시간도 길지 않으니 안심하라 당부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수술실은 여전히 추웠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무엇보다 말똥말똥한 상태로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더 바짝 몸이 얼어붙었다.

주치의가 들어오고  시술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드디어 수술대에 올려져 얼굴부터 상반신 전체가 무언가에 씌워 앞이 보이지 않는데 두 손에 따뜻한 물주머니가 만져지고  누군가 두 손을 잡아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하!    

사람의 손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이야...    

수술 중간중간 호흡은 괜찮냐며 물어주는 소리가 들렸지만 목소리를 거의 낼 수 조차 없었다.   

마취제를 최소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국소마취를 했어도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긴장하고 있음을 눈치챈 마취과 전문의가 마취했으니 안심하라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의료진 모두가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나를 위해서 이토록 애를 쓰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울컥하는 감동이 느껴졌다.         

드디어 끝이 났고, 의식의 변화를 체크하고 병실로 돌아왔다.     

수술 전 무통주사를 맞는다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수술 후라 당연한 거란다.  아! 이럴 땐 진심 미운 마음이 올라온다.    

다시 알아보랬더니 국소마취는 무통주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만 돌아왔다.      

어쩐지... 그럼 진작에 알려주지?  원망을 하기도 전에 진통제를 놔주면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진통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말만 남기고 간호사는 사라져 버렸다. 이긍!!

과연 한 시간이 지났더니 그제야  통증이 덜해졌다.  남편을 집으로 보내고 눈을 감았다

텔레비전 소리 탓인지 잠은 오지 않았지만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에 편안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첫 식사가 나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은 조금 남겼지만 반찬은 깨끗하게 비워냈다.      

일상을 다시 찾은 듯한 기분^^     


식사를 마치고 복대를 하고  천천히 걸었다.

휴게실 창밖으로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아주 붉은색인데 핸드폰이 담아내지 못하네...     

별스럽지 않은 풍경인데 병원에서 바라본 일몰은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다음날 MRI 촬영을 한 후에야 퇴원을 한다고 얘기했는데도  남편은 30분 일찍 와서 미리 기다린다. 

( 아! 고마운 사람 ~)   

한 달 치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과 하룻밤을 보냈는데도 차창 밖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평범함이 비범이라더니 무탈했던 일상이 선물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 달 뒤에 다시 병원을 방문했는데 시술 결과도 좋아졌고  목이랑 척추 디스크도 없어졌다며 등을 바르게 펴는 자세를 유지하라는 당부가 돌아왔다.

운동과 자세를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나 재발할 수 있다는 말에 움찔했다.     

내 몸을 망가뜨리는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     

연차를 병원 순례에 오롯이 사용하고 돌아온 밤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다.     

      


통증이  준 선물  / 다움   


건강을 자신했다

어느 날 찾아온 통증

응급처치로 넘기려다

집요함에 길이 막혔다     


일상이 흔들렸다.

통증에 멱살이 잡혀 절망했다.

퇴로가 막힌 도망은 기도였다


마지못해 소문 따라 떠돌았다.     

너덜 해진 몸만으로 

통증과 마주했다.

통증을 탓했지만 원인은 나였다.


성장은 고통을 수반하는 법

통증을 마주하지 않았다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졌으리     


몸맘에 귀를 기울였다

지나침에서 나를 지키기로 했다

눈이 뻑뻑해지고 머리가 아파오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끊임없던 자책을 버렸다.

몸 맘을 소중하게 지키는 일 

통증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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