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경험한 새로운 판, 대행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튀르키예에서 경험한 새로운 판
2주간 튀르키예에 다녀왔다. 수민이가 퇴사 후 개인적으로 했던 전시에서 연이 되어 일감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서 한복 패션쇼를 진행하고 한국의 보자기를 전시하는 것이었고, 총감독님과 함께 행사 기획 및 운영의 역할이었다. 튀르키예라는 다소 생소한 나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혹했고, 퇴사 후 제대로 된 여행을 못했는데 이 참에 여행도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한국에서 행사를 준비할 때는 일이 많았던 것은 둘째 치고, 소위 말하는 ‘판’이 그려지지 않아 힘들었다. 회사에서 대행 일을 했을 때는 가장 먼저 어떤 규모인지, 타깃이 누구인지, 담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 지를 파악하고 업무에 착수한다. 그런데 이 행사는 어떤 사람들이 오는 행사인지,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진행되는지, 주최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무엇하나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한복과 보자기라는 전통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패션쇼라는 행사도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어 더욱 그러했다. 우리를 섭외한 총감독님에게 물어 가며 추측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상상하며 필요한 것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으나, 행사보단 여행에 더욱 기대를 품으며 출발했다.
튀르키예에 도착한 다음날 튀르키예 한국 대사님께 초대를 받았다. 튀르키예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함께 식사를 했고 대사님은 이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을 계속해서 전하셨다. 너무 감사했지만 솔직히 말해 말씀하신 만큼의 대단한 일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이후 이틀 간은 이곳이 터키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행사장에만 틀어 박혀 육개장과 서브웨이를 먹으며 일만 했다. 터키 음식은 호텔 조식에서 맛본 카이막이 전부였다. 주 업무는 보자기를 박물관과 한국 문화원에 전시하고, 패션쇼에 설 현지 모델들을 만나고 리허설을 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행사 당일, 패션쇼 리허설을 하기 위해 서 있는데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튀르키예 사람이 말을 걸었다. (패션쇼는 민족 박물관 앞 야외 광장에서 진행하여 리허설도 행인들이 보는 앞에서 진행했다) “(한국말로) 죄송한데 한국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하니,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한국을 좋아한다며 정말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경계심이 전혀 없는 그 행동에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점수를 따고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수의 관심 분야라고 생각했던 보자기 전시를 오픈하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한복 패션쇼를 보기 위해 땡볕임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앞 계단을 빼곡히 채워 앉아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지, 머리가 띵해지는 순간이었다. K가 붙은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고 있고, 한국 사람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많은 미디어를 통해 이미 접했지만, 그 영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이 판이 얼마나 거대한 판인지 체감되었다. 우리는 행사만 준비했지 행사를 홍보한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아마 튀르키예의 한국 문화원 인스타그램에서 올린 것을 보고 왔을 것이고, 한국과 관련한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참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너무 소소한 홍보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며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놀라웠고 콘텐츠로 영향력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BTS, 봉준호 등...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받았고, 한국 소비자들만 생각하며 일했다. 이 경험으로 세상이 정말 넓고 다양한 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홍남기획 뭐 하는 회사예요?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아직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사업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시야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만일 수 있지만, 어떤 판이든 일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아직 우리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판을 경험하고 싶다.
대행사적 사고 vs 사업가적 사고
튀르키예 행사 이후 당분간 대행일을 받지 않기로 한 터라, 온전히 우리의 사업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시니어에 대해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3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하나의 아이디어를 확정하기 어려운 큰 이유는 아무래도 대행사적 사고 때문인 듯하다. 대행사에서는 이미 성장한 잘 나가는 브랜드 혹은 투자를 받아 성장의 도약을 앞둔 브랜드를 맡았었고 수억 원의 예산으로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굴렸다. 늘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것을 품격 있게, 크리에이티브하게 전달할 것인지 집중했다. 덕분에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배웠다. 사업의 아이디어도 이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냈다.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없지만, 다소 거창한 비전을 세우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로써 가능성이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대행사를 오랫동안 다니는 선배들에게 왜 대행사에 계속 다니는지 물어보았을 때, 인상 깊었던 대답이 있다. “매출 신경 안 써도 되잖아~우리는 꿈을 파는 일이야” (물론 지금 업계가 많이 바뀌어서 브랜딩을 담당하는 대행사도 매출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긴 했다) 우리가 원하는 비전, 사회적 가치를 담은 아이디어들도 마치 비영리 기업에서 할 법한 꿈같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졌다.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이 연결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해서 사장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모르는 분야는 책이 최고다. 평소 거들떠도 보지도 않았던 경영 서적을 이제는 읽고 싶다. 대행사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업가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진짜 대표가 될 그날이 오길 바라며…
시니어 브랜드를 만드는 홍대표와 남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