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식의 시대입니다.
주당 1~200만원대인 주식이 너무 많아지고, 저 또한 소규모 참여 주식인구로서 직장생활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스드들이 떠오릅니다.
S주식을 보유한 동료가 있으면, “한 주 팔아 회식갑시다”라는 빚독촉(?) 같은 부러움이 오갔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아량(?)을 지닌 동료들도 있었고, 그날 회식자리에선 S주식 매입기부터 자신의 재테크 자랑 등 여러 가지 무용담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 주’라는 개념을 조금 달리 해석하여 한때 후배들로부터 추앙을 받은 상사 한 분을 추억해봅니다.
그 과장님은 매주 토요일 퇴근 시간을 한두 시간 앞두고 나면 마치 신탁을 내리듯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한 주 팔았으니까, 회식하지!”
처음엔 ‘한 주’로 회식하자고 해서 S주식을 가진 선배님으로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건 이번 주(週)였습니다.
한 주를 팔았다는 표현이 왜 이렇게 비장할까요.
마치 영혼을 담보로 잡힌 일주일을 겨우 환금한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닙니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간당 얼마씩 계산되는 단가로, 인생의 가장 건강하고 맑은 낮 시간대를 팔아넘깁니다.
회사는 사고, 우리는 파는 것입니다.
아니 공무원였던 저는 국가에서 사 간 것이 되겠네요.
그렇게하여 처자식을 거느린 황금같은 젊은 시절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그러니 팔았다는 표현이 맞지요.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셨습니까.
아까 말한 요일이 토요일입니다.
‘월화수목금금일’은 당연한 생활 패턴이었고, 운이 나쁘면 ‘월화수목금금금’으로도 살아온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주를 마쳤다고 해서 회식가자는 상사의 무지막지한 제의는 지금으로서는 엄청난 폭력이지요.
회식 장소는 항상 비슷합니다.
고기집이거나, 아니면 일식집 고기가 됩니다.
자리에 앉으면 의례적으로 첫 번째 잔은 다 같이 듭니다.
과장님이 건배사를 건네십니다.
“다들 한주동안 고생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합시다”
그러면 수석이신 선배님의 답사가 이어집니다.
“과장님의 배려로 이번 주도 무사히 넘겼습니다...”라는 아부성 발언부터 건배 제의가 이어지지요.
그 의식까지 치루고 나야 대화가 시작됩니다.
마치 국민의례처럼 바뀌지 않는 고정 순서였습니다.
대화는 처음엔 업무 얘기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주 힘들었던 것부터 다음 주 예정되어 있는 것까지.
잠깐, 이게 회식입니까 주간 회의입니까.
술잔만 있을 뿐이지 내용은 똑같습니다.
이쯤되어 선배님들의 일장 연설과 고개를 푹 쳐박고 그 것을 듣는 형태로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과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술자리에서는 공장 돌리는 얘기 하지 맙시다. 좋은 고기 놔두고 고기맛 떨어질 일 있습니까”
저는 과장님의 이 말씀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제가 선배가 되어 우리 팀 회식이라도 이끌때면, 특히 제가 퇴직 직전 5년동안 근무한 IT부서(그 후배들은 술자리에서도 스스로 일 얘기만 하였습니다) 회식에서는 항상 이 말을 써먹었습니다.
다시 회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긴장을 풀어주는 과장님의 말씀이 이어지면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술잔이 오갈수록 갑자기 다들 친해집니다.
평소엔 그리 안 친해 보이던 옆자리 동료가 “형, 사실 저 꿈이 있어요”, “동생아, 나 너 좋아해”라는 얘기들이 오가고, 심지어는 소리내어 우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2차는 노래방입니다.
아무도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노래방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2차 출석률은 당연히 100%입니다.
이것이 회식의 미스터리이지요.
처자식이 있는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은데 정신 차려보면 탬버린을 흔들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해가 바뀝니다.
다행히 해가 바뀌지 않은 날에는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택시를 이용합니다.
그 시절 과장님이나 선배님들은 꽤 너그러우셨습니다.
택시비를 직접 지불하며 “기사님, 집까지 잘 부탁합니다”라고 하든지 아니면 택시비를 두둑하게 쥐어 주십니다.
직장생활에서 내리사랑을 배워서인지, 저도 선배가 되어서는 많은 후배들의 귀가를 책임지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과장님의 말씀대로 한 주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으로 고기를 먹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또 내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하게 되고 피자를 먹게 됩니다.
남은 건 내일 아침의 두통이지만, 이번 주도 잘 버텼다는 묘한 안도감이 몰려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오면, 우리는 다시 팔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한 주를 말이죠.
그나저나 ‘월화수목금금일’은 어떻게 버텼으며, 또 ‘월화수목금금금’은 어떻게 살았답니까.
실로 강한 자들만 살아남은 시대를 살아온 듯 합니다.
지금은 거의 회식을 않는 문화죠.
특히 저녁 회식이라면 말이죠.
제 자랑이 될 둣하여 겸연쩍습니다만, 저는 후배들이 "과장님! 회식 한 번 할때 안되었나요"라는 평을 몇 번 들었습니다.
어줍짢지만, 비결이라고 한다면 특별한 것을 먹는 것입니다.
양꼬치야 너무 흔하지만 그 것도 후배들의 구미를 당길뿐더러 'ㄲㅁㄷㄹ'란 스페인 식당이 있고, 슈바인학센 집이 있고, 이베리코 돼지에 하몽을 곁들이는 집이 있고, 에스카르고 라따뚜이 등을 먹는 프랑스 음식 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5.22같은 '비트코인 피자데이'에는 피자집을 가는 것입니다.
전국에 계신 모든 과장님들!
이미 하고 계시겠지만, 아직 안 하셨다면 꼬옥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