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스카이런 훈련법 (그리고 나의 방식)
스카이런은 특별한 운동처럼 보입니다.
555미터, 123층, 2,917개의 계단.
숫자만 보면 “저건 선수들이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다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결국 계단 아닌가?”
물론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단순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달리기는 멈출 수 있습니다.
웨이트는 쉬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단은 다릅니다.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잘 오르는 연습을 하자”
가장 손쉽고 솔직한 훈련은 아파트 계단을 많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망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계단에는 관중도 없고 경쟁자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정확합니다.
컨디션 탓도, 사람 탓도, 환경 탓도 할 수 없습니다.
작은 규칙을 만들고 그걸 지키려고 해보십시오.
우선 5층까지부터요.
물론 뛰어오르는 겁니다.
힘이 부친다면 3층까지만 하십시오.
그리고 다음 주에는 4층까지 단숨에... 그 다음주에는 5층까지...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해도 8~9층 이상은 사실 벅찰겁니다.
그때는 거기까지만 하고 그 이상의 계단은 걸어오르시면 됩니다.
힘이 들어 못하실 것 같다구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게임’이 오래 갑니다.
다음은 ‘강제 인터벌 훈련“(?)으로 지하철 계단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하철은 조금 다릅니다.
여기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힘이 생깁니다.
“여기서 멈추면 민폐다”
이 생각 하나로 한 층을 더 올라가게 됩니다.
지하철 계단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멈추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또한, 속도를 강제로 맞춰야 한다는 점과 예상보다 더 오래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내 페이스가 없습니다.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속도가 있는데 나만 서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기는 참는 연습이다”
맞습니다.
지하철 계단은 인내력을 기르기 참 좋은 장소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헬스장에 가서 ‘천국의 계단’(stepmill)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반복 훈련이지요.
이름은 천국인데 이상하게도 느낌은 반대입니다.
이 기계의 장점은 하나입니다.
멈출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아파트와 지하철에서는 무너지면 그대로 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씁니다.
상당히 중강도로 합니다.
처음 30초는 워밍업을 한 후 레벨8로 올려 200여미터를 오릅니다.
소요되는 시간은 10분여쯤 됩니다.
그러나, ‘천국의 계단’을 처음 이용해보시는 분은 레벨3~5 정도에서 5분만 오르시길 바랍니다.
거리(오르는 높이)도 30~40미터 정도로 작정하고 사용하십시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일정한 속도로 오래 버티기, 심박 유지 연습, 리듬 만들기...
쉽게 말하자면 ‘망하지 않는 연습’입니다.
계단오르기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이것일듯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빠르게 올라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금방 깨닫게 됩니다.
“이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구나”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되시면 손잡이를 놓고 하체만으로 올라가거나, 속도를 올리며 인터벌(빠르게 5분 + 천천히 3분 반복) 훈련을 해보는 겁니다.
보조 훈련으로 스쿼트나 런지를 반복하면서 허벅지와 종아리근육을 강화해보십시오.
매 훈련 전후로 스트레칭은 필수구요.
한 달 정도만 꾸준히 하면 “이게 되네?” 싶은 변화가 올겁니다.
스카이런은100m 달리기가 아닙니다.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세 가지입니다.
초반에 참기, 중간에 무너지지 않기, 끝까지 멈추지 않기.
결국 전부 ‘참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직 대회를 뛰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힘들지, 어디서 무너질지. 어떻게 버틸지.
왜냐하면 이미 여러 번 그 과정을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일상 계단에서.
초보자 훈련의 핵심은 특별한 것 없습니다. 일상의 계단을 무기로 삼는 것입니다.
스카이런은 평지 마라톤과 완전히 다릅니다.
허벅지·종아리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생명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실제 계단 오르기 반복이지요.
집에 오르면서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매일 출퇴근처럼 오르던 계단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습니다.
어느 건물에서도 계단이 보이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무조건 오릅니다.
특히 동행하는 이들이 없다면 계단을 일부러 찾아 오릅니다.
왜냐하면 엘리베이터 옆에는 방화문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계단이 있으니까요.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길게, 조금 덜 포기하면서.
스카이런은 거대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단순합니다.
계단 하나. 그리고 한 걸음.
저는 아직 2,917개의 계단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건 처음부터 2,917개를 오르는 게 아니라 하나씩 반복하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계단 앞에 섭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
자! 이제 정상을 정복한 것입니다.
머리에서 그려봅니다.
완주 후 123층 전망대에서 서울 내려다보는 순간이 에세이의 최고 클라이맥스가 되는겁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롯데타워를 오르셨을겁니다.
그러나 그건 엘리베이터의 도움을 받아 오른것일뿐입니다.
‘내 다리’로 ‘정복’한 123층.
그리고 그 후에 보는 발 밑의 광경은 형언하기 어려울듯합니다.
내년 대회에 참석하고 저는 ‘정복 기념 에세이’를 쓸것입니다.
내용도 정해놓았습니다.
= 아파트 계단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이, 지하철의 끝없는 오름과 헬스장 천국인지 모를 계단 오르기 반복을 거쳐, 마침내 롯데월드타워 123층으로 이어졌다. 나는 더 이상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계단을 ‘정복한’ 사람이 되었다. 하늘 아래, 내 발이 닿은 그곳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진짜 하늘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매일 내가 밟아온 계단 끝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