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하고 살거야
나를 지키고 내 사람을 지키는 방법
이런 제목의 글은 정년퇴직 하면 힘들었던 때의 저를 되새기며 쓰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만,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 우승자이신 최강록 님의 멘트를 계기로 이렇게 글로 옮겨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본디 모습보다 ‘척’ 하고 살아 왔으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진짜 자신을 숨기고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느라 힘이 들 때도 있고, 나의 실상은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SNS에 드러나는 나를 꾸미기 위하여 괜찮은 척 행복한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척’ 하는 것이 결국 생존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요리대전에서 생각지 않은 깨두부로 우승한 최강록 셰프는 “오직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 조림을 잘 못하지만 조림을 잘하는 척했습니다. 척하기 위해 살아왔던 인생이 좀 있었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겼지요.
러닝 메이트였던 후덕죽 셰프도 당근 요리괴물전에서 "평소엔 당근을 많이 안 썼지만 하나씩 만들다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젊은이만의 전유물이 아닐뿐더러 특출한 사람이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것도 아닙니다.
‘척’ 하고 산다는 것!
정년퇴직 이후로는 거기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려고 했지만, 아직도 저는 ‘척’ 하고 살고 있습니다.
대신 ‘척’ 하는 결이 직장생활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MBTI조사에서 ‘극강I’일 것같은 저는 ‘E인 척’ 살아오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에 상당히 힘든 시절을 지냈습니다.(사실 저는 ESFJ로 ‘척’ 하며 살아 온 젊은 시절이 은연중 제 성향을 약간 바꾸기도 한 듯합니다)
이렇듯 외부로 드러나는 제 성향을 바꾸기 위해 애쓴 시절이 제 직장생활때의 고충이라면,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대로 ‘척’ 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 ‘척’은 여유로 드러나, 남들의 비난의 대상이 될수도 있습니다마는 저는 이 ‘척’ 의 방법을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저의 ‘척’의 기술을 발휘한 상황을 글로 옮겨봅니다.
"야, 오늘은 내가 살게"
"아니야, 내가 낼게"
우리는 계산대 앞에서 오늘도 지갑 꺼내기 경주를 합니다.
누가 먼저 카드를 내미느냐의 싸움. 이 순간만큼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보다 빠른 손놀림을 자랑합니다.
"진짜 내가 낼게. 나 돈 많아"
이런 말을 내뱉는 저도 ‘허풍은!! 돈이 많긴 뭐가 많아’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며 약간 웃긴 소리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사실 저도 가진 것은 집 한 채일뿐이고, 평생 공무원 한 직장을 다닌 덕에 많지 않은 연금이 매달 나올뿐입니다.
그래도 친구에게 카드내기 경쟁에서 밀릴 시점쯤 되면 "내가 가진 거라곤 시간하고 돈밖에 없어"라고 허풍을 떱니다.
사실 저의 이 말은 이제부터는 시간도 많으니까 다음에 또 보자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더 거듭니다. "적게 먹고 적게 싸는거야"라고 말이죠.
아니 값싸게, 그리고 맛있게 먹는 것이지요.(사실 순대국이 저의 쏘울푸드가 됐고, 1차 밥을 제가 사고 나면 2차 커피는 친구가 대부분 삽니다만 요즘 커피값이 밥값과 맞먹는 것은 다들 아시겠죠 ㅎ)
실제로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고 돈도 그리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뱉어 놓고 나면 왠지 여유로워 보이잖습니까.
여유롭지 않지만 여유로운 척하는 것!
저는 이 것도 자신의 멘탈을 지켜나가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 전략이아닐까요.
돈이 많은 척하며 밥값을 내고, 시간이 많은 척하며 다음 약속을 잡습니다.
바쁜 척, 괜찮은 척, 행복한 척.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척'하며 살아갑니다.
"시간하고 돈밖에 없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결국 이겁니다.
'너와 함께할 시간을 내고, 너와 먹는 밥값 정도는 기꺼이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돈 많은 척, 시간 많은 척 하는 게 아니라, 나와 시간을 같이 해준 네가 고맙고 네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척'하면서 표현하는 것이지요.
"내가 낼게. 내가 가진 거라곤 시간하고 돈밖에 없잖아"
그러면서 다음 약속을 잡을 것입니다. 시간 많은 척하면서.
결국 우리 모두 '척'하면서 삽니다.
그런데 그 ‘척’이 때론 진심보다 더 진심일 때가 있습니다.
‘척’하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척하느냐는 것이지요.
저는 내일도 그리고 다가오는 모든 날들에도 계산대에서 지갑을 꺼내며 말할 것이고 여유롭게 ‘척’하고 살 것입니다.
그게 나를, 그리고 내 사람들을 지키는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