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편 2-
어느 날 엄마를 통해 ‘그’ 지인 분이 날 보자고 해서 급하게 집으로 향했다.
이미 와 있던 엄마의 지인분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이 속은 게 있다며 또 길고 긴 말로 내게 변명을 했다.
자기 친구가 이 변액 상품이 좋다고 해서 자신도 가입하고 나한테도 소개했는데 계속 마이너스가 나서 이상하다 하여 자세히 알아보니 사망 보장 5천만 원을 몰래 넣어놔서 이건 영원히 플러스가 될 수 없는 상품이었다는 것이다. 그 지인이 보험 실적이 필요해 속여서 판 거였고, 사과는 내가 대신 들었다.
문장이 길고 지지부진하다. 나에게 그 지인분의 말도 그랬으나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 말의 끝에 난생처음 들어 보는 마법의 단어를 들었다.
“고객센터 전화해서 민원을 넣으면 낸 돈 다 돌려줘.”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보험을 판 걸 ‘불완전 판매’라고 한다.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을 때 돈 안 돌려줌 금감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면 100프로 돌려준다.
보험사 입장에선 금감원에 민원이 넣어져 귀찮게 조사받고, 털릴 바엔 그냥 고객의 원금을
돌려주는 게 이익인 것이다.
이렇게 내 20대를 갈아 넣은 저축성 보험 한 개를 이자 한 푼 없이 원금만 겨우 돌려받았다.
그때 엄마가 했던 말은 원금이라도 찾아서 얼마나 다행이니 이었다.
원금을 찾게 해 준 지인이 정말 착한 사람이라는 칭찬도 함께 하시면서.
착한 사람이면 뭐 해, 내 인생에 피해를 줬는 걸.
이 말이 목젖을 달랑달랑 쳤지만 이빨 꽉 깨물고 참았다.
말해봤자 나만 나쁜 년, 못된 딸이 되는 거니까.
이 부분도 뒤에서 따로 언급하는 걸로 하겠다.
할 말은 많았지만 글 쓰는데 방해가 되는 감정이나 일을 하루라도 빨리 잊고 싶어 그냥 넘어갔다.
엄마는 종종 얘기하셨다. 두 번째 저축보험은 진짜 좋은 거라고 지인이 얘기했다고 말이다.
너무 좋은 보험이라 이제는 가입하지 못하는 보험이니 계속 돈을 넣으면 몇 배로 불어나 있을 거라고 하였다. 나는 첫 번 째는 그렇다 해도 두 번째는 안 그럴 줄 알았다.
엄마가 말한 착한 분이니까.
제작사와 계약하고 계속되는 대본의 수정... 수정.... 수정....
하라는 대로 수정을 해갔지만 막상 보면 이게 아닌데 라는 시간이 2년이나 지날 때였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번 돈은 점점 줄어가고, 부모님의 병원 갈 횟수가 점점 많아져 가
막막할 때였다. 잠깐만 참으면 이제 작가라고 당당히 직업을 밝힐 줄 알았는데 작간 생활이
3년이 다 되어가는 것이다. 돈을 벌려면 회사에 말해 각색이나 기획안 작업 일 등을 더 많이 받음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싫었다.
돈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내용의 기획안을 써주고, 또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 수정... 수정...
동시에 5개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뭘 쓰는지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망생이 시절에는 편의점 알바 안 하고 글 써서 돈 벌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결과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를 글에 내 정신과 몸을 갈아서 쓰고 있는 것에 현타가 쎄게 왔다. 내가 하고 싶은 글 한 두 개만 집중해 쓰는 환경을 만들려면 재테크에 관심을 둬야 하겠다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대본을 넘기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재테크 관련 유튜브나 책 등을 닥치는 대로 봤다. 거기서 하나 같이 하는 말이 보험을 줄여라였다.
현재 내가 가진 보험은 실비보험과 치아보험, 지인이 그렇게 좋다고 한 ‘그’ 보험뿐이었다.
나는 유튜브에서 겉핥기식으로 배운식으로 내 보험을 분석해 보았다.
보험 약관을 보자마자 심장이 피를 토하듯 우웩 우웩 거렸다.
상해시 장해후유증 80 퍼센트시 5천만 원
장애등급 1~4등급 일시 2천만 원
사망 시 유족에게 1억 원
분명 저축 보험이라고 들었는데 보험의 이름과 내용은 간병보험이었던 것이다.
혹시 나가 역시였다.
나는 또다시 같은 사람에게 소소한 사기를 또 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