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를 타는 국밥집 사장님

< 서른아홉 살, 2026. 1. 9. 금요일 >

by 장난감공장

< 서른아홉 살, 2026. 1. 9. 금요일 >

# 부자 # 단골 집 # 사장님



종종 가는 국밥집이 있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들르는 곳인데, 선지와 콩나물이 조화롭게 나오는 소고기 국밥이 일품이다. 24시간 영업을 해서 야근을 끝내고 가기에 안성맞춤. 거기에 푸근한 이모들이 손님들을 맞아주셔 단골 집이 되었다.



하루는 전 날 야간 당직을 마치고 아침을 먹기 위해 그 가게에 들렀다. 늘 먹던 국밥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잠시 뒤 젊은 남성이 가게로 들어오며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나보다 너 덧살 정도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앞치마를 입고 카운터에 서는 것이 사장님인 것 같았다.



그 사장님이 주방으로 들어가 재료를 손질했을 때, 창 밖의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한 대에 이억이 넘는다고 누가 알려 준 적이 있는 네모 각진 벤츠 SUV 차량이었다.



사장님이 부지런히 일 하셔서 돈을 많이 버셨구나 생각하며 국밥을 한 입 넣으려는데 문득 이질감이 들었다. 식당에는 밤 새 일을 하고 피곤에 절어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 출근을 하기 위해 작업화를 질끈 동여맨 사람, 그리고 해장국을 안주 삼아 반주를 하며 얼굴이 벌게진 할아버지들 뿐이었다.



이들이 건넨 만 원짜리들을 모아 사장님은 외제차를 샀지만, 나를 포함한 손님들 중 누구 하나 그보다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가게 앞에 주차된 차들만 보자면 말이다. 다들 한 끼 든든히 먹고 집에 가 아침잠을 청하든지, 일터로 나아갈 참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는데, 고급 핸드워시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친구네 집들이 선물을 하기 위해 고르고 골랐던 오만 원이 넘는 제품이었다. 예전에도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그 자리에 놓여 있었을 텐데 갑자기 그게 눈에 들어오다니.



숟가락으로 뚝배기를 휘적거렸을 때 한가득 담기던 소고기가 외국산은 아닌지, 감칠맛이 돌던 겉절이가 중국산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지 나는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일을 마치고 주린 배를 채우고 허한 마음을 달래던 단골집이 아닌가. 젊은 사장님의 좋은 차를 보고 그의 성실을 왜곡할 자격은 나에게 없다.



내 주변의 이야기이다. 어느 시장의 신발가게 사장님은 근처 빌딩을 가지고 있고, 분식집 사장님은 자녀들을 다 유학 보내며 키웠다. 대학교 앞 제본집 사장님이 장 당 복사비 몇 십원을 받는다고 해서 그가 좁은 집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손님의 과한 요구이다.



그래도 국밥집 사장이면 손님들 속 사정을 헤아려서 처신을 잘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글쎄, 남들 놀 때 365일 24시간 일하며 쉬지도 못하는데 출퇴근할 때만큼은 벤츠를 타고 기분을 내도 좋지 않을까. 손님들에게 만 원짜리 한 장에 푸짐한 식사를 제공하고, 고급스러운 핸드워시로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 주면서 말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성실함이 검소한 외양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노동이 고단할수록 보상은 눈에 띄지 않기를, 성공했다면 조용히 숨기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따뜻한 국밥을 내는 손이 부유해졌다고 해서 덜 정직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 이 집을 다시 찾게 된다면, 나는 그저 사장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가 보냈을 시간과 쌓아온 노력을 떠올리며, 부유함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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