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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빛 Sep 08. 2022

흔들리는 나이, 30대 후반

30대 후반의 미혼,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

나이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고, SNS에는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성찰하는 툰이 많다. 그런데  글들 사이에 30 후반~40 초반에 미혼이거나 결혼을 앞둔 사람들의 글은 찾기가 어렵다. 나이가  대로 찼으면서도 20 후반에서 30 초반의 풋풋한 결혼 준비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 어딘가가 욱씬거린다.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탑을  쌓아나가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루저 같기도 하다. 열심히 돈을 벌었고, 열심히 놀았고 그러면서도 차근히 재테크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며 전세로 시작한 친구들이 이제는  하나씩 자기집 마련을  앞에 두고 있고  와중에 아이도 낳아서 살아가고 있는  보면서 이제서야 내가  늦었나 싶다.


내 삶의 모토는 오랫동안 '내 속도대로 나아가자'였다.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나의 현재에서 잃어 버리는 가치들이 생길 것이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비혼주의를 외친 적은 없지만, 그럭저럭 조건에 맞추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고 늦더라도 내 마음에 차는 사람을 만나겠다 생각했다. 그런 내가 '늦었나'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괴롭다. 소개팅도 많이 했고, 짝사랑도 많이 했다. 내 지난 십여년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 중 놓쳐서 안타까운 인연은 없다. 결국 지금에 와서야 마음에 차는 사람, 이리 저리 재어봐도 사람이 참 괜찮구나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같이 살아봐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보다 다섯살이 많은 사람이라 올해 당장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43살 중반에나 아이가 태어난다. 현실적으로는 서둘러 식을 올려도 내년 중반이고, 아이까지 생각하면 45살이나 되어서야 부모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나와 비슷한 사이클로 연애를 하고 느즈막히 결혼을 한 커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고, 내집 마련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은 또 어떻게 하는지.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30대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컨텐츠는 넘치는데 40대의 이야기는 별로 없다. 삶을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40대이다 보니 나는 40대의 연애도 참 궁금한데..


그래서 기록하기로 했다. 30대 후반에 40대 초반 남성을 만나는 미혼 여자의 삶. 지금 나는 내 삶의 어느 때보다 사춘기같다. 매일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고민스러운 지점들이 많다. 캥거루족으로 살아온 내가 남들보다 늦게 독립하려니 마음은 급한데, 나의 케이스와 딱 맞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내 속도를 확인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차근차근 변화의 과정을 맞닥뜨리면서 나는 성장해 나갈텐데 남들보다 느리다는 마음 때문에 그 성장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늦도록 성숙하지 못한, 그래서 행복한 30대 후반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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