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누자베스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누자베스의 음악은 단순히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말하기에는 우울감을 내포하고 있는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약간의 우울감을 내포한 로맨틱한 멜로디가 와닿았던것같다.
누자베스를 처음 들은건 중학생때의 일이다.
누자베스가 2010년도 쯤 세상을 떠났으니 나는 이미 세상을 떠난 뮤지션의 음악을 사후에 처음 듣게 된 것이었다.
처음 그의 음악을 들을때만 해도 나는 그의 음악에서 우울함을 찾지 못했다.
luv sic 시리즈는 단순한 로맨틱한 힙합음악인줄 알았다.
꽤나 진지한 만남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의 과정을 겪고,예술을 시작하고 보니 비로소 그의 음악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luv sic 시리지를 파트별로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이런 내용이다.
part1 은 사랑에 대한 첫맛남의 설렘을 표현하고 있고,
part2 는 첫 만남 이후의 감정을 다룬다.
part3에서는 관계가 깊어짐과 함꼐 생기는 다짐에 대해 다루고
part4에서는 이별의 아픔과 그로인한 상실감을 다룬다.
part5는 이별후의 회복 과정과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내용이며,
마지막 grand finale는 재회를 통한 완성을 표현한다.
내가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자 가장 많은 공감을 했던 누자베스의 곡은
luv sic pt3다. 가사를 잘 보면 연인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존재가 예술이다.
-Luv (sic) pt3-
It's funny how the music put times in perspective
참 재밌지, 음악은 그 경치에 시간을 집어놓고
Add a soundtrack to your life and perfect it
네 삶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주고 완벽하게 하잖아
Whenever you are feeling blue keep walking and we can get far
기분이 울적하다면 계속 걸어, 우린 멀리까지 갈 수 있어
Wherever you are
기분이 울적하다면
Like a movie that you can't predict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영화처럼
Like a book that you can't resist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책처럼
I sing along a song that's oh so sensual
난 오, 관능적인 노래를 따라불러
bring along a sip to make it all so sexual
더 섹시하게 만들기 위해 술을 따르고
verbally that is, making love to the music means vibing to the beat at night
언어적으로 말하면, 음악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도시 전체가
with the whole city fast asleep, out cold
차갑게 잠들어있을 때 밤에 비트에 맞춰 즐기는 것
true words seem to rise to the lips, take hold
진실한 단어는 입술로 떠올라, 내 속의
of a poet in me, most powerfully
시인을 끄집어내죠, 아주 강력하게
I feel free when the world doesn't owe it to me
세상에 빚진 게 없는 것처럼 자유로와
It's so hard to find a gig that lives up to the billing,
광고에 나오는 것 같은 가벼운 삶을 찾긴 힘들고
trying to find a reason to work, god willing
일하는 이유를 찾는 것도 그렇지, 신의 뜻대로
I admit, my thinking is wishful
인정할게, 내 생각은 동경으로 가득차있어
like a star upon a child gazing up to the ceiling
마치 천장 위의 별빛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how far do we have to stretch the truth
남에게 빌리거나 흐름에 늦어버린 삶의 방식에
to fit the lifestyles borrowed and overdue
맞추려면, 진실은 얼마나 왜곡되어야할까?
we can take it all back to the register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and start all over from the canister
빈 깡통일 때부터 시작하는 거야
let's break it all down into pieces of bright
별똥별처럼 지나친 빛나는 순간들의
moments that pass by like a meteorite
조각으로 빨려들어가보자
throw on your favorite reel that's good to go
기분 좋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필름을
on the analog player watch the people glow
아날로그 재생기로 틀고 사람들이 빛나는 걸 봐
sit back to the breeze let the memories flow
산들바람 속에 편히 앉아, 기억이 흘러가도록
comedy tragedy all the highs and lows
희극과 비극, 기쁜 일 힘든 일 모두 함께
(chorus)
Like your moves that I can't predict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당신의 움직임처럼
Like your look that I can't resist
떨쳐버릴 수 없는 당신의 눈빛처럼
The ting-a-ling feeling was oh so mutual
서로간에 느껴지는 간지러운 느낌
the lingering appeal was so unusual
남아있는 매력은 정말 보통이 아냐
herbally what is, medicine to a lone soul can become poison to some
의학적으로, 외로운 영혼의 약은 온몸이 차갑게 잠들어버린
with the whole body fast asleep, out cold
이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어
true vision seem to come to the eye, take hold
진실한 시야는 눈으로 다가와, 내 안의
of a prophet in me most visibly
마법사를 끄집어내, 아주 뚜렷하게
I see clear when the world doesn't show it to me
세상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나는 정확하게 보지
It's so hard to make sense in a cycle of billing,
돌고 도는 청구서 속에서 앞뒤가 맞는 일을 하는건 어려워
trying to find a reason to quit and make a killing
그냥 일을 그만두고 누군가 죽여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
I admit, our dealing is painful
인정할게, 우리의 일은 고통스러워
like a star upon a child staring down from the ceiling
마치 아이 위에서 천장을 내려다보는 별처럼
how far do we have to stretch the picture
사람의 크기에 맞춰 틀을 만들려면
before pixelating the human texture
이 풍경을 얼마나 왜곡해야 하는걸까
we can take it all back to the register
자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and start all over from the canister
빈 깡통일 때부터 시작하는 거야
let's save it all up for an ultimate prize
다가올 궁극의 포상을 위해 참아둬
homecoming gathering with a big surprise
엄청나게 놀라게 될 그것들을
.
.
.
예술을 쫓는다는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길을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해지자면,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
그림그리는 행위를 미화하고싶다거나 거창하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나에게 있어서는 예술만큼 현실을 잊게해주고, 부정적인 생각을 순간적으로나마 잊게해준 존재는 연인을 제외하고 예술이 유일하다.
오직 행복함으로 휩쌓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작업실에서 그림그리는 순간이 끝나면 우울함이 몰려온다.
도파민이 멈쳐버려서 지루함과 불안감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내 삶에 우울함은 없었다.
너무 큰 행복감을 느꼈기에 그 반대의 감정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과 똑같이 느낀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기억이었다.
기억이란 상실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다.
바꿔말하면, 상실되어야만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헤어짐에 대해서 말하는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순간 무언가를 상실한다.
사랑하는 관계를 이어가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상실해 나간다.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큰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젠가 한번쯤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니, 내가 그것들을 불러온다. 기억을 소환하는 주체는 내 자신일수 밖에 없다.
내게 기억을 불러오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음악이 누자베스의 음악들이었다.
재즈를 샘플링으로 사용한 힙합 음악은 누자베스 전부터 많았다.
초기 힙합은 재즈나 올드팝을 샘플링했다. 하지만 누자베스의 음악들이 내게 더 와닿았던 이유는
기존 거친 힙합멜로디가 아닌 감성에 더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다.
그 부분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스프레이라는 재료는 거리예술의 주된 재료였다.
스프레이는 반항의 상징이자 낙서의 상징이었다.
바스키아는 거리예술의 형태를 캔버스로 옮겨왔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거칠고 분노가 가득하다.
그래서 바스키아는 초기 힙합과 많이 연결된다.
나는 바스키아가 사용했던 스프레이라는 거친 재료를 가져와서 감성적으로 소화하고 싶다.
조금더 부드럽고, 조금더 절제된 표현으로 부드러운 감정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바스키아의 스프레이 표현은 날것같은 거친 힙합비트에 가깝다.
나는 바스키아가 사용했던 스프레이라는 거친 재료를 가져와서 감성적으로 소화하고 싶다.
누자베스가 힙합이라는 거친 장르를 택하면서도 그안에서 낭만이라는 부드러운 감성을 택한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누자베스와 공통점을 느낀다.
감히 누자베스와 비교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적으로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스프레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스프레이 특유의 질감은 바스키아적인 낙서화 화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다소 투박하게 그려지기 쉽상이고, 거칠게 이미지를 만들어낼수밖에 없다.
그림을 시작한 초반에는 그런 거친 질감에 끌렸다.
스프레이 특유의 속도감은 다른 회화적인 재료에서 찾을수 없는 유일함이었고,
스프레이를 몇년동안 사용하면서 스프레이를 더 회화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을 고민해왔다.
몇년동안의 과정에서 매일 스프레이를 쓰면서 느낀점이 있는데,
스프레이가 이중성을 갖는 재료라는 점이다.
스프레이를 캔버스 가까이 분사를 하게되면 입자들이 뭉쳐서 거칠고 '선'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스프레이를 캔버스와 거리를 멀리할수록 입자의 퍼져나가는 성질때문에 부드러워지며 '면'처럼 뿌려지는 특징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나는 스프레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생각했다.
그래서 3번째 개인전 'Blurry Romanticism'의 페인팅은 스프레이의 '면'적인 특성에 대한 회화적 연구였다.
스프레이 입자들이 '점'으로 퍼져나가 면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주변 색들과 겹쳐지며 모호한 경계선을 갖는 점묘법의 회화적 질감이 나오게 된다.
그런 모호한 이미지를 모호한 낭만의 형태와 연결지어 낭만,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는 다시 4번째 개인전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2번째 개인전 'OASIS' 때의 거친 스프레이 회화적 질감과 연결되어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회화적 질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4번째 개인전의 타이틀이 'Romantic OASIS'로 정해진 데에는 이번 개인전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때문이기도 하지만,
페인팅의 질감적인 부분에서 봤을때도 2번째와 3번째 개인전때 가졌던 회화적 질감이 합쳐지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OASIS'는 샘플링 되는 음악에 가깝고, 'Blurry Romanticism'은 부드러운 힙합비트에 가깝다.
그 둘의 회화적 질감을 합치는 과정에서 내 개인적인 기억같은 감정을 함께 녹여내었다고 이야기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