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 날의 기억

by 대백

내가 평소에 너무도 가고 싶었던 모임이 있었다.
바로 픽사 영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좋아하는 영화 속 상징적인 장면과 아이템을 주제로,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런 자리였다.

그중에서도 이번 모임의 테마는 ‘픽사’였다.
첫 모임부터 ‘가족, 사랑, 꿈’이라는 주제로 엘리멘탈, 코코, 업, 소울이 순서대로 선정되었고,
그 영화들 모두 내가 깊이 아끼고 반복해서 본 영화였다.

특히 〈소울〉.
수술 직후, 가장 힘들고 불안했던 날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이 영화를 꼭 봐야만 버틸 수 있었다.
그 영화는 내 영혼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히터 같은 존재였다.

모임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들뜬 마음에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신청했다.
이번 모임은 신당동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평소처럼 성수동 이모 집에 들를 생각에 마음이 더욱 설렜다.

서울행 짐을 싸면서 가장 먼저 챙긴 건… 우울증 약.
“이건 꼭 챙겨야지! 헤헤, 픽사 모임이라니 신난다!”

마음은 완전히 고등학생때의 수학여행 전날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즐거운 하루를 보낸 뒤, 숙소에 들어와 약을 꺼내려는데——

아뿔싸.
약이 없었다.

순간 내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나… 이 약 없으면 안 되는데…’

한참을 뒤적이다가 결국 체념했다.
이 시간에 약국에 가도 소용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무서웠다.
예전에도 약 없이 하루를 보내고 며칠 동안 무너졌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처럼 되면 어쩌나—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깊게 자진 못했지만, 쪽잠으로 3시간 정도 잤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땐 믿기지 않을 만큼 괜찮았다.
몸이 괜찮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괜찮았다.


무언가 별거없는거 같았지만 꿈으로 버텨낼 수 있었던 그 날의 기억이었다. 나에게 만큼은 벅찼던 그 날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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