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김은경
저는 예지책방을 운영하고있는 책방지기 차예지입니다.
예지책방은 올해로 7년 차를 맞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에요. 제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도 있지만, ‘예전에도 지금도 그림책과 함께 한다’는 뜻을 담았어요. 그림책이 아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전 세대가 언제든 함께 보고 소통할 수 있는 매체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책 판매를 중심으로 하되,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지책방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그림책연구소와 한국그림책문화협회와 함께 연합적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그림책 강사를 양성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협회는 그림책 교육 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합니다. 저는 책방을 통해 책 판매와 함께 책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활동을 꼽자면 5·18 기념재단과 협업해서 그림책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알리고 사적지와 연결해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나 교사, 시민들이 사회 문제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또 인권, 환경, 성교육, 과학, 다문화 같은 주제들도 다 그림책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사나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이나 워크숍을 많이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선생님들이 제일 많이 찾아오세요.
그리고 그림책을 중심에 두고 예술 협업 콘서트도 기획했어요. 풍물패나 댄스스포츠팀, 학생 공연 같은 걸 결합하는 건데, 예를 들어 중학교에서는 그림책에 사물놀이랑 댄스스포츠를 더해 콘서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거든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 하다가도 엄청 적극적으로 다같이 풀어나가줘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맞아요, 여전히 그림책은 유아 도서나 아동문학으로만 분류돼요. 도서관에서도 유아실에 가야 볼 수 있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아동서적’ 카테고리로 묶이죠. 그래서 “애들 책 본다”는 편견 때문에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세계거든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매체예요. 미술관에 걸린 작품은 집에 가져올 수 없지만, 그림책 한 권은 내 책상 위에 펼쳐두고 매일 바라볼 수 있죠.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고, 마음에 드는 한 장면만 봐도 돼요. 그때그때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점이 정말 큰 매력이에요.
제 삶에는 늘 그림책이 곁에 있었어요. 그림책을 통해 접한 세계로 인해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졌습니다. 그래서 제 철학은 단순해요.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림책도 늘 곁에 있는 세상. 주말에 가족끼리 산책하다 잠깐 서점에 들러 책 한 권 사 가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가장 큰 변화는 책방 이전이에요. 9월 말에 동구 ACC 근처로 이사해요. 동네 분위기가 바뀌면 찾아오는 사람들도, 할 수 있는 활동들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기다릴 거다”라는 설렘이 커요.
새로운 장소에서 더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싶고, 지역 서점들과도 시너지를 내며 책방을 하나의 문화 거점으로 확장해 나가는게 목표예요.
사실 그림책 자체가 워낙 유연한 매체라 이미 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의뢰를 해 주시는 기관과 대상에 따라서 전부 새로 짜 맞추거든요. 메인 주제가 되는 책이 있고, 그 책을 통해서 진행합니다. 예를들어 옛 이야기에 대한 책이면 사물놀이나 풍물패와도 협업하는 식이에요. 또는 그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여 연극을 보여주거나, 댄스 스포츠 팀을 초빙해서 그 주제에 대한 공연을 의뢰한다던지 하지요.
다만, 광주·전남 지역에는 전문 그림책 작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래서 지역 내에서는 주로 음악가, 연주자 등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림책이 확장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 하기 때문에, 여러 장르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가장 접하기 어려운 대상층이 2030 청년층이기도 해서 앞으로는 청년 분들과도 많이 연결되면 좋겠어요.
저는 ‘예술가 개인에 대한 지원’과 시민들의 예술 향유 환경 조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소비가 있어야 지속됩니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예술을 즐기고, 그림책을 당연히 가까이하는 사회가 되어야 예술가도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시민이 서점을 찾고, 온라인이 아닌 동네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서점이 살아남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서점 중심 구조에서는 독립서점이 버티기 힘들어요. 일본이나 유럽처럼 오히려 온라인 구매가 더 비싸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책을 고르는 게 당연한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예술을 ‘소수의 취향’이 아니라 일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 그게 전문 예술인으로 남는 길이자 지역 예술을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삐걱대며 모르는 분야의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건 친근하고도 낯선 기분입니다. 같은 바다에 있지만 다른 해산물과 소통하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너무 가깝게 살고 있지만 갑각류와 조개처럼 비슷한듯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는 일인것 같습니다. 최대한 모나지 않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도요. 좋은 소식들을 늘 기대하며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터뷰어 김은경
문화도 기획도 예술도 관련없던 곳에서부터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우리 삶은 연결되어 있고 유대가 모든 핵심이리라 믿으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기필코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아마도 분명 작품이나 기획으로요.
주요 활동
- 실전형 문화기획 전문학교 <호랭이스쿨> 사무국장
- 편지로 연결되는 마음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 5.18 프로젝트 <레드카펫>
- 책 공유 프로젝트 <거시기>
본 인터뷰는 2025년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의제
‘문화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