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의 탓

우연, 평등인가 불평등인가?

by 갈휘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다.

마침 더웠는데 부는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오피스에 들어섰는데
이메일을 체크해 보니 생각지도 않은 데서 bill credit을 받게 되고,
우연히 오랫동안 원하는 것이 있어서 검색을 해보니 그날 따라 엄청난 세일! 놓치지 않게 구입에 성공을 하고
집에 돌아와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뒤지다가 재료가 마땅치 않아 그저 있는 재료 가지고 아무렇게나 만들었는데
입맛에 딱 맛있게 요리가 완성되어 맛있게 저녁을 먹으면서 마무리 되는 하루.

만족감은 그렇게 보통 크던 작던 내가 한 노력에 비해 받는 것이 클 때 느끼게 되고,

그것이 연속되는 이벤트가 될 때 행복은 비로소 몇곱절로 커지게 된다.


반대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강력한 불운의 핵펀치가 아니라 연속된 자잘한 좌절과 실망에서일 수 있다.

미팅에서 상대가 세상 말귀를 못알아 들어서 설명하는데 쓸데없는 시간을 할애해서 진이 다 빠졌는데
오피스에 돌아와 이메일을 체크하니 생각치도 않은 over charge를 내라는 이멜을 받고
고객센터에 연락했으나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답을 듣고 꼼짝없이 돈을 내야 할 때.
그렇게 잡친 기분이나 풀자하고 한껏 기대를 품고 간 레스토랑의 음식이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어서
신경성 위경련으로 마무리가 되는 하루.

이렇게 보통 정말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가 턱없이 보잘것 없을 때,

심지어 일이 예기치 않게 어그러져 작게라도 피해를 보는 일이 시리즈로 일어날 때,

사람은 쉬이 불행을 느낀다.


나라고 뭐 다르겠는가.

내 삶의 장면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상황에서 나도 내 능력밖의 일로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것 같다.

물론 나의 컨디션이나 일을 처리, 관리하는 능력,

혹은 그 상황을 대하는 심리적 소화력이 어땠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었겠다.

하지만 결국 반 이상이 내 선택이나 능력 밖의 일로 결론이 난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내가 사는 우주에서는 내가 중심이지만,

내 우주에서마저도 내가 전부일 수 없다.

내가 어쩔 수 있는 것보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

돈을 버는 것, 공부를 하는 것도

심지어 아이를 키우는 것도 random chance가 중심축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행복이나 불행은 개인의 능력이나 탓이 아니어야 맞다.


잘산다고 우쭐대거나

못산다고 기죽을 것 없다.


운도 실력이라는 개소리는 짚어치워야겠다.

그저 무탈한 오늘을 감사하고 너무 최선을 다해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다잡는다.

인생이 어차피 랜덤 게임이라면

나무만 코 앞에서 바라보는 걸 멈추고

조금은 떨어져 숲을 보고 즐길 마음의 여유쯤은 남겨놓고 살아야

덜 억울하지 않겠나.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