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떨구곤 눈시울이 빨개진다.
눈물이 고여오지만 눈물을 참아내려 이를 악문다.
슬퍼서가 아니라 억울해서였다.
상무님은 긴 이야기 끝에
끝내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내게 말했다.
"김대리랑 나랑 일 아니면 이럴 일 있겠어?
감정섞지마."
그렇다. 난 회사에 일을 하러 입사했다.
회사에서 처음 뵌 상무님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다니는게 아니었다.
우리는 순전히 일로 만난 사이인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었을때 나는 일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
"상무님께서 이렇게 하라고 어제 얘기하셔서요?!"
"난 내가 하라고만 하는 사람은 필요없어"
그럴 때도 어찌해야될지를 몰랐고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
"제가 생각했을때 이게 밎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다시 예전에 하던대로 바꿔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알아봐서 결재를 올리면
또 이런 답이 돌와왔다.
다시 상무님 방식을 따르면,
나대신 고등학생을 뽑겠다고 하셨다.
했던 일을 다시 하고, 또하고, 비교당하고, 비난당할때..
일이니까~ 하고 쿨하게 넘겨지지가 않았다.
심혈을 기울여서 한 일이니까,
일이 곧 나라고 여겨졌다.
"내가 한 일 = 나"
그래서 지적당하면 괴롭고, 슬프고, 눈물도 나고 그랬다.
그런데 상무님말씀이 맞다.
일은 그저 일일 뿐이다.
일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그걸 너나 나나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하신 속뜻 깊은 얘기였다.
상무님도 자신도 틀릴수 있으니, 자세히 꼼꼼히 너도 생각해가며 일하라는 그런 얘기였다.
그때는 상무님이 실수를 하신다는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다.
혹시 내가 실수하면 잡아주시겠지, 으른이니까.
상무님이시니까.
그렇게 어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인신공격이 들어올 때,
사람들 앞에서 내 지위가 젤 낮으니 시키는 일이나
하라고 할 때,
그런건 상무님도 너무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나를 길들여서 일을 잘 하게 하려는
상무님의 계획된 한 수였다는걸 알게 되었을 때
정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었다.
상무님은 무림의 절대고수라서 나같은 입사 1,2년차는
감히 상대도 안됐된 거였다.
늘 KO당하듯 상무님 방에서 나와서 자리에 쓰러지듯
앉고는 했었다.
일은 일일 뿐이다.
일은 내가 아니다.
틀릴 수도 있고, 반대 의견에 부딪힐수도 있다.
그럴 때는 수정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만, 책임이 뒤따르니 신경을 쓰고 점검을 통해 검증과 재검증의 과정을 거치면 반대의견에 부딪히더라도
덜 당황할 수 있고 내 주장에도 힘이 생기니,
여러 번 검토를 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도 일때문에 힘들었는지 돌아본다.
"일은 그저 일일뿐이야."
되내이며 하루를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