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 좋았던 것 같다.
어느덧 하루는 빠르게 흘러가, 기억해 두지 않으면 사라질 일들로만 채워지고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나를 어느새 60까지 데려다 놓았다. 앞으로의 계획보다도, 기억 한편에 먼지처럼 쌓여 있는 오래된 일기들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살 날이 더 적게 남았다는)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지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노을 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한숨만 쉬게 된다. 그래도 옛날을 떠올리면 겨울 아랫목에 깔아 두었던 솜이불처럼, 설명할 수 없는 온기가 조용히 스며든다. 그때가 좋았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듯하다.
나에게 옛날은
엄마의 저녁 먹으라는 소리를 듣지 못한 채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놀던 시간이었고,
겨울방학의 개학은 절대 오지 않을 거라 믿었던 시절이었으며,
기말고사가 끝난 날 내 성적보다 반 등수를 더 걱정하며 친구들과 분식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었고,
월급이 잠시 머물다 가는 돈인 줄 알면서도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던 소소한 기대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이 특별히 더 행복해서라기보다 모든 날들이 아직은 지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중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기도 했고, 서툴기도 했지만 차갑게만 느껴졌던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이 고단함도, 이 무력한 하루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그저 하나의 옛날이 되어 기억 속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게 될 것 같다.
익현아? 그래, 지금까지 잘 살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