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른이 부재한 시대에서 6

6. 미안하다는 말이 사라진 풍경

by 이칸 eKhan

사과는 점점 내뱉기 어려운 말이 되었다.
대신 그 자리를 해명과 변명이 자리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인정하는 순간 손해를 본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과는 곧 패배이고, 책임은 곧 약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길게 늘인다.
상황을 설명하고, 의도를 강조하고, 심지어는 내 의지가 아니어서 어쩔수 없었다고 말한다.
긴 문장이지만, 필요한 한마디는 빠져 있다.
“내가 잘못했다”는 말...

그 사과의 말이 빠진 설명은 결국 핑계와 변명으로 들린다.


하지만 사과는 패배가 분명 아니다.
관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화자의 선한 의지이다.

나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대신,
당신과의 관계를 지키고 유지하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는 일이지만, 그 대신 신뢰를 다시 더 높이 쌓는다.


참어른은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더 참어른의 태도라는 걸 안다.
그 선한의지의 말 한마디가 관계를 붙들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사과는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상처가 바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사과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해와 거리만 남는다.
설명은 많았지만 진심은 닿지 않았고,
말은 오갔지만 마음은 멀어진다.


결국 사람을 잃는 건 큰 잘못 때문이 아니라,
사과하지 않은 작은 순간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자주, 더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미안했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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