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우주의 첫 만남
그때까진 우주에게 이름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정말로 그 애를 키울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냥 내 차에서 아기 고양이가 죽어나가면, 찝찝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깜고(우주가 되기 전까지, 그 애는 그냥 깜고였다.)는 병원에서 집까지 그 오분정도 되는 시간 동안 계속 울었다.
나는 어딘지 모를 죄책감을 가지고 집 문을 열었다.
곧바로 현관 앞까지 달려나온 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까맣고 동그란 눈이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았다.
"이 멍청한 생물은 뭐야?" 라고.
나는 그렇게 느꼈다.
왜냐하면, 정말로, 그런 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별이는 화가 나면 매우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혹자들은 그 표정마저도 귀엽다며 비명을 지르겠으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창문을 열면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릴 만큼 적막했던 내 집에, "먀야아아아앙악!!!!!!"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별이는 귀를 양옆으로 벌린 채 근엄하게 앉아 내 손에 들린 케이지를 노려보았다.
".....별아."
다행히 별이는 스텀핑(토끼들이 매우 분노했을 때 앞발을 고정한 채 뒷발만 들어 펄쩍 뛰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 약 10도쯤 낮아진 표정으로 케이지를 뚫어지게 노려보았을 뿐이다.
케이지의 철창 사이로 307g짜리 아기 고양이와 1.65kg의 어르신 토끼가 마주했다.
물론 찰나였다.
나는 수의사의 경고를 기억하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2주가 지나기 전까진 합사하지 마세요.'
이유는 다양했다.
잠복기의 전염병, 회충 기타 기생충 등등의 위험.
나는 그 경고를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작은 방 하나를 우주의 임시 방으로 사용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다만 문제점이 있었다.
그 방은 이전까지 창고로 쓰던 방이었다.
퇴사 후 정리하지 않고 마구 쌓아둔 책, 노트, 파일, 노트북 따위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먀아아ㅏ아아아아아악!!!!!"
그러나 생각할 틈 따위는 없었다.
고양이가 빽빽 울었고, 나를 졸졸 뒤따라온 별이는 매우 분노해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케이지를 들고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별이는 문이 닫히기 전, 끝까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먼지 쌓인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일단 케이지를 그 방에 두었다.
....어둡게 하는 게 나으려나?
고민하며 불은 끄고 대신 보일러 온도를 높였다.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던 전기난로도 틀었다.
별이의 플라스틱 캐리어는 이제 작은 은신처처럼 보였다.
작은 깜고의 울음소리가 멎었다.
가물거리는 파란 눈으로 나를 직시하던 고양이는 어느새 눈을 깜빡이며 곧 잠에 빠져들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문득 카메라를 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냈다
나 고양이 주움;
한 개의 메시지를 더 보냈다
묘하게 인면묘같아
친구들에게 답이 왔다.
헐 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ㅋ
별이는?
....그랬지.
모두가 내 주인님의 심경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잠든 깜고를 뒤로한 채 나는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매우 화난 얼굴의 별이가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샐러리 몇 조각을 씻어 별이의 간식 그릇에 대령했다.
그제야 조금 평온해진 토끼가 나를 냉정하게 흘끔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때야 깨달은 것이다.
"분유!"
집에 가자마자 먹이랬지.
그런데 얼마나?
지금 막 잠든 저 고양이를 깨워야 하나?
뭐가 묻었는지 꽤 더러운 고양이를 씻기면 안 되나?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그러나 벌써 집사생활 10년 차, 착실하게 노예로 적응된 몸은 이미 유튜브를 틀고 <아기고양이 분유 먹이는 법> 따위를 검색하고 있었다.
육만 원에 가까운 분유 캔을 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가루와 따뜻한 물을 섞어 마구 흔들었다.
고소한 냄새는 인간인 나도 홀릴 만큼 맛있어 보였다.
분유의 농도... 그런 건 사치다.
간신히 어떻게든 만들어 낸 분유를 동물용 젖병에 담아 깜고가 잠든 방의 문을 열었다.
별이는 샐러리에 심취해 내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고양이~"
다시 말하지만, 그때의 우주에겐 이름이 없었다.
나는 슬며시 들어가 케이지의 뚜껑을 열었다.
잠에서 깬 것인지 말간 푸른 눈이 깜빡였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약간의 이성이 돌아오자, 이 더러운 아기 고양이를 맨손으로 잡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유 냄새에 나만 홀린 것이 아니었는지, 우주가 꾸물거리며 내 손을 향해 기어왔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할 수 없이 내 손을 희생해 더러운 아기 고양이를 들어 올렸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그렇게..... 젖병을 물리고자 하였으나,
"아아악...?! 악?!"
분유가 줄줄 흘러 고양이와 나의 손을 동시에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