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Granada)는 로마제국에 이어 서고트족의 영향권 하에 있다가 이슬람의 땅이 된 것은 서기 711년이다. 이슬람의 두 번째 칼리파인 우마이야(Umayyad) 왕조에 의한 스페인 정복으로 이루어진 역사이다. 그 이후 이베리아 반도의 많은 지역이 아랍 왕조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으며, 아랍세력이 가장 확장되어 있던 시기에는 아스투리아, 나바라 그리고 아라곤의 북쪽 산간 지방만이 겨우 남아서 독립을 유지할 정도로 이베리아반도는 아랍 세계였다. 산티아고 순례의 프랑스길을 따라 일부가 남아 있은 것이다.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아랍인들의 영역을 알-안달루스(Al- Andalus)라 명명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안달루시아(Andalucia)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석류이다. 이 지명이 석류와는 연관이 없고, 아랍어 가르나타(Garnata)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데, 이 말은 “이방인의 언덕”이란 뜻이다. 이 지역이 시에라 네바다의 기슭으로 해발 700m 고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양을 쳐 놓은 그라나다 거리>
11세기까지 안달루시아는 세비야, 그라나다, 말라가, 코르도바 등 작은 도시국가들로 분열되었고, 이들은 외교와 전쟁을 번갈아 가며 생존해 나갔다. 그라나다에서는 이슬람 칼리프 추종세력과 베르베르족(Berber), 자위벤지리족(Zawi ben Ziri)이 내전을 거친 끝에 그라나다 자치국(Taifa of Granada)이 성립되었다. 1090년까지는 알모라비드(Almoravid) 왕조가, 1166년까지는 알모하드(Almohad) 왕조가 그라나다를 지배하였다. 1228년에 알모하드 왕조의 이드리스 왕자가 본국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고, 그 자리에 야심에 가득 찬 이븐 알-아마르가 나스리(Nasrid) 왕조를 세웠다. 나스리 왕조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1492년까지 가장 오래,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았던 아랍 왕조이다. 알람브라 궁전(Alhambra Palace)은 바로 이 왕조가 세운 것이다.
<석류의 문>
800여 년간의 이슬람 지배를 완전히 끊어낸 이사벨여왕이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선장 콜럼버스에게 신대륙을 탐험하도록 칙허장을 내린 곳이 바로 이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이고, 그 때가 바로 1492년 4월 17일이다. 이사벨여왕은 그곳에서 역사적으로 두가지의 중요한 결정을 한 것이다. 하나는 스페인에 거주하는 아랍인에게 기독교로 개종을 거부하는 사람은 추방하는 알람브라 칙령을 반포하고, 콜럼버스에게 신대륙 발견 탐험을 허가한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미국이 탄생하는 씨앗이 된 것이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라나다에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에 멋진 모양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는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여 1892년에 조성된 것이다.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보고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궁전으로 가 봐야겠다. 궁전으로 가는 길에 숲길을 통해서 천천히 걸어가려면 웅장한 <석류의 문(Puerta de Granada)>를 통과해야 한다. 이 문은 로마의 개선문의 건축양식으로 1526년 카를로스 5세 때 건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