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간지(干支) 병오(丙午)이고 붉은 말띠 해이다. 우리나라 미신에 말띠 해에 딸을 낳지 말라고 하는데, 허구인 것은 나중에 얘기하겠다. 십간(十干) 또는 천간(天干)의 3번째 병(丙)과 십이지(十二支) 또는 지지(地支)의 7번째 오(午)를 짝지은 해이다. 천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의 10가지다. 이를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 접목하여 사용한다. 오행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이다. 천간의 순서대로 두 개씩을 오행의 순서에 대응시켜 오행의 특성과 방향(동서남북중), 색깔(오방색) 등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천간의 순서에서 같은 오행에 부여되어도 홀수는 양(陽)이고, 짝수는 음(陰)에 해당한다. 이들의 결합을 보면 이렇다. 갑(양)을(음)-목(나무)-동쪽-청색, 병(양)정(음)-화(불)-남쪽-적색, 무(양)기(음)-토(흙)-중앙-황색, 경(양)신(음)-금(쇠)-서쪽-백색, 임(양)계(을)-수(물)-북쪽-흑색을 나타낸다. 이런 십간과 오행의 사용은 중국에서 오랜 옛날부터였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동남아 등지에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방위와 색깔의 사상을 심지어 돌궐족의 후예들인 세운 튀르키예족이 유럽까지 퍼트렸다. 그들이 오스만제국을 건설했을 때 오늘날 흑해는 당시에는 그리스어로 폰토스 에우크세이노스(Pontos Euxeinos) 즉 친절한 바다였다. 그런데 그들이 그 바다가 북쪽에 있다고 카라데니즈(Karadeniz)라고 불렀다. 물 색깔이 검은빛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그러면 지중해는 흰색이 되어야 한다. 카라(Kara)는 북쪽이고, 데니즈(Deniz)는 바다이다. 그들의 서쪽에 있던 지중해를 아크데니즈(Akdeniz)로 부른다. 아크(Ak)는 서쪽이다. 이런 십간의 순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많이 녹아 있다. 계약의 갑을병 관계나, 물건의 계급·등급, 종류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한글 상용화 이전에는 학교의 생활기록부, 징병검사 결과 등에 쓰였고, 선거구에는 아직도 쓰인다.
십이지 또는 지지(地支)는 12가지의 동물을 나타내는 용어이고 그 동물은 십이지수(十二支獸)라고 부른다. 자(子, 쥐)·축(丑, 소)·인(寅, 범)·묘(卯, 토끼)·진(辰, 용)·사(巳, 뱀)·오(午, 말)·미(未, 양), 신(申, 원숭이)·유(酉, 닭)·술(戌, 개)·해(亥, 돼지)를 말한다. 이 지지를 상징하는 동물도 그 사용 시기가 매우 오래되어서 그 유래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한중일 3국을 비롯한 동남아나 인도 등지에서도 아직 십이지지를 사용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서는 4번째 동물 토끼 대신 고양이, 마지막 동물인 돼지 대신 코끼리를 사용하다. 고고학적으로 보아, 십이지의 형성 시기는 중국 하왕조(河王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왕조 시절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하의 서쪽 지류 부근에 거주했던 민족은 천문학이 발달하여, 그 당시 십이지로 날짜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 북쪽으로는 몽골, 남쪽으로는 인도와 월남 등으로 전해지고, 일설에는 멕시코 원주민에게 까지 전파되었다 한다. 기원전 1766~1123년에 걸친 상(商) 나라의 역대 왕의 이름을 살펴보면 태갑(太甲)・옥정(沃丁)・천을(天乙) 등 십간의 글자로 된 이름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시대에 이미 간지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대(漢代)에 와서 십이지를 24방위(方位)나 24시간에 대응시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측량할 것도 아니면 24방위는 실생활에 별로 쓰이지 않지만 24시간을 나타내는 지지(地支)의 표현은 아직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십이지와 시간의 표시를 대응시키면 이렇다. 자(子, 23-01)·축(丑, 01-03)·인(寅, 03-05)·묘(卯, 05-07)·진(辰, 07-09)·사(巳, 09-11)·오(午, 11-13)·미(未, 13-15)·신(申, 15-17)·유(酉, 17-19)·술(戌, 19-21)·해(亥, 21-23)이다. 그래서 자정(子正)이란 자시(子時)의 정중앙(正中央)인 밤 12시이고, 정오(正午)는 오시(午時)의 정중앙인 낮 12시이다. 술을 좋아하는 필자 금삿갓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낮술을 그리 즐기지 않았고, 술은 술시(戌時)가 되어야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살았다. 그런데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시간이 술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밝은 시간에 얼굴 벌겋게 마시지 말고, 퇴근 후에 최소한 19시가 되면 음주를 하는 것이 선비다운 것이다. 참고로 술시(戌時)는 초경(初更) 또는 일경(一更), 해시(亥時)는 이경(二更), 자시(子時)는 삼경(三更), 축시(丑時)는 사경(四更), 인시(寅時)는 오경(五更)으로 통금이 해제된다.
이러한 십간과 십이지를 차례로 하나씩 결합하여 나타낸 것이 60십 간지(干支)인데, 이를 우리는 60 갑자(甲子)라고 부른다. 이를 줄여서 육갑(六甲)이라 한다. 자기가 태어난 해의 간지가 60년이 지난 뒤에 똑같은 간지로 돌아오므로, 옛 선조들은 이를 한 갑자가 돌아왔다고 하여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고 부르고 잔치를 열었다. 선조들은 이 육갑을 기간의 계산 특히 나이와 연도 계산에 주로 사용하였고, 주역(周易)이나 사주명리(四柱命理學)에 활용하여 앞날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육갑의 순서를 좔좔 암기했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무척 쓸데없는데 노력을 낭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병신 육갑한다.’는 말이 생겼다. 정상적인 사람도 육갑을 순서에 맞도록 암송하기가 어려운데, 아둔한 사람이 육갑을 외운다니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툰 사람이 무엇을 시도할 때 조롱하는 말로 쓰인다. 이 육갑의 순서를 연도에 쓰면 연주(年柱) 또는 세차(歲次), 달에 쓰면 월주(月柱) 또는 월건(月建), 날에 쓰면 일주(日柱) 또는 일진(日辰), 시간에 쓰면 시주(時柱) 또는 시진(時辰)이다. 옛사람들은 이를 이용하여 길일(吉日)을 정하거나, 조상의 제사에 쓰는 축문(祝文)·제문(祭文)을 썼다.
십이지수(十二支獸)의 유래는 문헌으로 정확히 기록된 것이 없으나 전해지는 설화는 두 가지가 있다. 인도 석가모니(釋迦牟尼) 불교의 탄생 설화와 천신(天神)과 관련된 설화이다. 불교의 설화는 대략 이렇다. 하루는 석가가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을 불러 천국으로 통하는 열두 개 문의 수문장(守門將)을 동물 중에서 선정하여 한 달씩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도록 했다. 이에 대세지보살이 동물들을 모두 오라고 했다. 여러 동물 중 고양이가 무술이 뛰어나고 가장 빨리 도착하여 제일 앞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도착 순서대로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앉혔다. 대세지보살은 정원이 차자 석가여래에게 보고를 하러 갔다. 이때 고양이가 갑자기 용변이 급해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공교롭게도 이때 석가가 왕림하여 보니 한 자리가 부족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를 몰라 물어보니 마침 고양이를 따라 구경 온 생쥐가 쪼르르 나와 석가에게 말했다. 자신은 고양이 친구인데, 고양이는 수문장의 일이 힘들고 번거로워서 싫다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석가는 쥐에게 어쩔 수 없으니 네가 고양이 대신 수문장을 맡으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열두 동물이 천국의 수문장이 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고양이는 간교한 쥐의 천적(天敵)이 되어 영원토록 쥐를 잡아먹는 사이가 된 것이다. 천신에 관련된 설화는 이렇다. 아득한 옛날에, 모든 짐승들은 새해의 정월 초하룻날에 천신에게 세배를 드려야 했다. 그런데 동물들이 날이 갈수록 게을러서 세배가 늦어지자 세뱃돈을 도착순서로 차등하겠다고 정했다. 그러자 모든 동물들이 일찍 도착하려고 나름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덩치 큰 소는 용, 말, 개, 범 등에게 어림도 없고, 토끼에게도 이길 가망이 없었다. 그래서 우직한 소는 남보다 일찍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리하여 소는 남들이 다 잠든 그믐날 밤에 길을 떠났다. 외양간에 있던 눈치 빠른 쥐가 이것을 보고 잽싸게 소뿔에 올라탔다. 드디어 소는 동이 틀 무렵에 제일 먼저 하늘 궁전 앞에 도착했다. 궁문이 조금 열리는 순간, 쥐가 재빨리 뛰어내려 대문 틈으로 달려가서 소를 제치고 1등으로 세배를 했다. 나머지 동물들은 나름 자신의 장단점으로 인하여 십이지의 순서대로 도착했다. 그런데, 고양이와 친구관계였던 고양이가 안 보였다. 이는 고양이가 쥐한테 설날이 언제인지 물었는데, 쥐가 초이튿날로 알려줬다. 엉뚱한 날에 도착한 고양이가 가장 꼴찌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화가 난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려는 것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다.
우리말에 ‘육갑(六甲)을 집다.’라는 것이 있다. 이는 바로 육갑을 따져서 나이나 연도를 환산하는 것이나 육갑으로 길흉화복을 판별하는 행위이다. 그러니 선조들은 역사 기술이나 실생활에서 육갑을 많이 사용했다. 지금도 옛날 사서(史書)나 족보를 보면 서기(西紀)가 아닌 연호(年號)와 육갑으로 연도를 표기하기 때문에 현대인이 해득(解得)하기에 힘이 든다. 십간은 10년에 한 번씩 돌아오고, 십이지 즉 띠는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이라서 육갑의 순서를 모조리 외우지 않아도 가능하다. 세종(世宗) 때 역법(曆法)인 칠정산(七政算)을 처음 만들어 그해 1444년을 갑자년(甲子年)으로 기준점을 삼았다. 그래서 갑(甲)은 서기 연도의 끝자리가 ‘4’에 해당되어 불변이다. 갑(甲) 자가 어떤 띠와 붙어 있어도 끝자리는 ‘4’인 것이다. 따라서 을(乙)은 ‘5’, 병(丙)은 ‘6’ 이런 순서이다. 예를 들자면, 갑신정변(甲申政變)은 서기 1884년에 일어났고, 갑오경장(甲午更張)은 그보다 10년 뒤인 1894년에 일어났다. 을미사변(乙未事變)이 1895년, 을사늑약(乙巳勒約)이 1905년이다. 육갑을 몰라도 서기연도를 계산해서 간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서기연도에서 4를 뺀 뒤, 각각 10이나 12로 나누어 남는 숫자를 다음의 간지에 대응하는 숫자와 맞는 것이 그 해의 간지이다. 10간은 0-갑, 1-을, 2-병, 3-정, 4-무, 5-기, 6-경, 7-신, 8-임, 9-계이다. 12지는 0-자, 1-축, 2-인, 3-묘, 4-진, 5-사, 6-오, 7-미, 8-신, 9-유, 10-술, 11-해이다. 띠는 12개라서 올림픽은 쥐·용·원숭이띠 해에 열리고, 월드컵·아시안 게임은 범·말·개띠 해에 열린다. 4년마다 열리는 선거도 비슷한 순서이다. 조선시대 과거인 식년시(式年試)는 3년마다 열리니, 쥐(子)·토끼(卯)·말(午)·닭띠(酉) 해에 열렸다.
조상들이 십간에 방위와 색깔의 의미를 부여하고, 띠 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풍습이 후대에 이르러 말도 안 되는 미신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범·용·말이 강하고 용맹하거나 활동적이라서, 이런 띠에 태어난 여성들은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백말띠 여성은 시집을 못 갈 처지였다. 백색은 십간 중 서쪽과 흰색을 상징하는 경(庚)·신(辛)의 해로 여기에 말띠인 오(午)가 결합한 경오생(庚午生)이 해당된다. 간지는 짝수는 짝수 순서끼리, 홀수는 홀수 순서끼리 짝 지워지므로 신오(辛午)는 없다. 홀짝이나 짝홀로 결합하는 것은 없다. 2026년은 붉은 말띠 해인데, 백말띠만큼은 아니어도 말띠인 관계로 여아(女兒) 낳기를 꺼리는 문화가 아직 남았을까? 한국화가들은 일찍부터 팔준마도(八駿馬圖)를 그려서 가정의 복을 기원하라고 마케팅을 한다. 남녀가 고루 활약하는 세상인데, 준마처럼 왕성하게 활약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띠와 관련된 허황된 미신이나 속설(俗說)이 조선의 말기까지는 아마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선 국왕의 왕비 중에도 말띠 여성이 5명이나 있었다. 성종(成宗)의 계비(繼妃)인 정현왕후(貞顯王后) 윤씨가 1462년 임오생(壬午生)이고, 효종(孝宗)의 명성왕후(明聖王后) 김씨가 1642년 임오생이다. 인조(仁祖)의 인열왕후(仁烈王后) 한씨와 순종(純宗)의 순정효황후(純貞孝皇后) 윤씨가 갑오생(甲午生)이다. 윤씨는 1894년에 태어나서 1907년에 황태자비로 책봉되었으니, 당시에 이런 미신이나 속설이 있었으면 절대 황태자비로 간택되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 금삿갓의 생각에 이런 속설은 일본에서 들어왔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가마쿠라 중기인 1258년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가 있었다. 고후카쿠사인노 니죠(後深草院二条)라는 여인인데, 유력 집안인 미나모토의 딸이다. 고후카쿠사 천왕의 첫 잠자리의 동침(同寢) 여자였다. 그로 인해 그의 애인이 되었지만 천황의 동생과 또 바람을 피워서 쫓겨나서 스님이 되어서 맨발로 일본 전국을 유랑하며 생을 보냈다. 그녀가 여행지에서의 보고 들은 것과 출가 후의 수행 생활을 담은 것이 <토하즈가타리(とはずがたり)>라는 책이다. 금삿갓의 생각에 말띠 여인 중 가장 풍파가 심한 생활을 한 여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래도 일본 사회에 끼친 영향이 큰 여인이다. 그래서 이런 속설이 일제 강점기에 전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조선에 남아 있던 남아 선호와 여성 경시의 전근대적인 풍속과 결합하여 더 증폭되었을 수 있다. 새해에는 삼국지의 여포(呂布)가 타다가 관우(關羽)에게 전해진 적토마(赤兎馬) 같은 인재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많이 태어났으면 좋겠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