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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Oct 09. 2023

129. 마따그란데 언덕을 넘어(7/27)

태양이 붉게 솟아오르네

아따뿌에르까(Atapuerca) 마을을 지나면 순례길은 점점 고도를 올려서 해발 1,078m의 마따그란데(Matagrande)언덕을 넘게 된다. 그리 높은 언덕도 아니고 경사가 급한 길도 아니지만 주먹만 한 돌들이 길에 널려 있거나 박혀 있는 돌길이라서 순례객들의 발바닥을 마구 괴롭힌다. 아헤스(Ages)에서 마을을 빠져나오면서 길가에 만나는 양 떼들을 키우는 목장을 지나간다.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목장에 방목되고 있는 양 떼들이 아직 새벽잠을 덜 깬 상태였다. 모두들 풀밭에 주저앉아 있거나 누워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지런한 한 두 마리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 멀리 평원에는 이제 아침해가 붉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약간의 구름으로 태양의 둘레에 약간의 붉은 고리 같은 모양이 만들어져서 장관을 이룬다. 부르고스(Burgos) 쪽인 서쪽 방향으로는 낮은 지역에 안개인지 운무(雲霧)인지 솜이불을 깔아 놓은 것처럼 희게 펼쳐져 있다. 


언덕의 정상 부근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최악의 상태이다. 아래의 사진처럼 온통 뾰족뾰족한 돌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순례객들의 신발 성능을 시험한다. 혹시 미끄러져 넘어지는 날에는 무릎이나 엉덩이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동반자가 이와 비슷한 지형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크게 다칠 뻔했다. 다행히 두꺼운 무릎보호대를 하고 장갑을 끼고 있어서 바지와 장갑에 구멍이 크게 났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 당시 사진 찍느라 꺼내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의 액정은 왕창 깨 먹고 말았다. 어떤 경우든 순례길을 걸으려고 오는 순례객들은 출발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해외여행자 보험을 가입할 것을 권고한다. 이역만리에서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시골의 벽지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병이라고 나면 정말 대략 난감한 것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엄청 고생을 하게 마련이다.

이 언덕은 떡갈나무와 여러 가지 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완만한 길이다. 돌길을 참으면 언덕을 올라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활한 평원이 내려다보인다. 지금은 안개와 운무로 부르고스 쪽은 보이지 않고 그냥 운해(雲海)이다. 정상 부근에는 돌무더기에 나무로 만들어진 높다란 십자가상이 있었다. 먼저 온 순례객들이 돌무더기에 꿇어앉아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다. 동쪽으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높다란 십자가에 누군가 등산화 두 켤레를 걸어 놓았다. 저렇게 높은 곳에 어떻게 등산화를 걸었을까? 저 멀리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또 다른 언덕이 보이고 그 언덕 위에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가 아스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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