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Oct 09. 2023

130. 비얄발 마을을 스쳐지나고(7/27)

흙의 동심원

정상의 나무 십자가를 조금 지나서 걸음을 옮기면 전망대 겸 휴게소 지역(Mirador y Area de Descanso)이 나온다. 저 멀리 부르고스(Burgos)가 아스라이 보이는 언덕지대이다. 철제 간판에 스페인어로 긴 문장이 새겨져 있다. 스페인어를 잘 모르는데, 대충 순례자들이 나바라의 부르게테에서부터 여기까지 아름다운 평원을 본 적이 없을 것이란 뜻인가 보다. 하지만 오늘은 안개와 운무로 평원을 잘 보지는 못한다. 정상의 나무 십자가 옆으로 누군가 돌을 이용하여 동심원 같이 생긴 조형물을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산티아고가 드디어 52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조선 과객을 반긴다. 저 멀리 보이는 부르고스는 잡힐 듯 보이지만 거기까지는 자그마치 20Km가 남았다. 평원의 길이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이 바로 보이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게 그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 길이고 돌들도 오르막을 올라올 때보다는 덜하다. 그런데 이런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다리가 약한 사람은 등산용 지팡이를 사용하면 좋다. 독일에서 온 부부가 십자가에서 같이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내리막길은 자신이 없는지 엉금거리면서 먼저 가란다. 그들을 뒤로하고 내리막을 내려오는데 지도상으로는 비얄발(Villalval) 마을이 있는데, 눈에 띄지 않고 그냥 지나친 모양이다. 아따부에르까(Atapuerca) 마을에서 4Km 정도의 거리지만 중간에 언덕이 있어서 시간이 좀 더 지체되었다.

내리막 길을 거의 내려오니까 까르데뉴엘라 리오삐코(Cardenuela Riopico) 마을 언저리에 도달한 것 같다. 버스를 용하여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광고가 커다랗게 순례자를 반긴다. 여러 나라의 국기를 그려 놓았는데, 우리나라의 태극기가 눈에 확 들어와서 무척 반가웠다. 순례길에서 이런 표지를 보면 왠지 힘이 난다. 길가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크기의 여학생이 자기가 손수 만든 목걸이, 손목팔찌나 여러 가지 기념품을 가지고 나와서 탁자에 진열하여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정말 기특한 학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