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수의 세상 읽기(201204)
바야흐로 광역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補闕選擧)가 다가오고 있어서 정치권(政治圈)이 요동칠 태세이다. 밖으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 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국의 정치권과 언론은 떠들썩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공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무덤이 될 수 있다.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토기(土器)에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었던 지장(智將) 오디세우스(Odysseus)와 덕장(德將) 아이아스(Aias)를 두고 투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사한 아킬레스(Achilleus)의 무구(武具)를 두 사람이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자 사령관 아가멤논(Agamemnon)은 가장 전공(戰功)이 높은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 중 누구로 할지를 투표에 부쳤다. 그 시대의 투표는 투표용지가 아닌 조약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조약돌과 항아리를 이용한 원시적인 형태의 비밀투표를 한 것이다. 조약돌을 고대 그리스어로 ‘프세포스(Psepos)’라고 불렀는데, ‘선거학(選擧學 : Psepology)’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유래되었다.
투표의 결과는 뛰어난 언변(言辯)으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디세우스의 승리였다. 아킬레스의 시신(屍身)과 무기를 호송해왔지만 탈락한 아이아스는 거의 실성(失性)해서 가축을 살육(殺戮)하는 등 날뛰다가 스스로 자결한다. 그를 따르던 부하들도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다가 오디세우스가 아이아스의 주검을 끌어안고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하는 모습을 보고 결과를 인정했다. 이 부분이 현대의 정치에서 나타나는 선거의 과정과 결과, 폐해(弊害)를 여실히 보여준다. 치열한 유세전(遊說戰)과 공정한 선거, 깨끗한 승복(承服)의 원리 말이다.
아테네에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를 추방(追放)하는 도편 추방제(陶片追放制 : Ostrakismos)라는 선거제도가 있었다. BC487년에 클레이스테네스(Cleisthenes)가 독재자인 참주(僭主 : Tyranos)의 등장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 도자기 조각(陶片)에 독재를 할 위험성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적어 냈다. 그 결과 6,000개 이상의 조각이 나온 사람을 국외로 10년간 추방했다. 직접 민주제도의 기초가 되었지만 악의적으로 정적(政敵)을 추방하는데도 활용되었다.
페르시아 전쟁의 영웅(英雄) 테미스토클레스가 그 본보기이다. 그는 마라톤 전투(490)에서 큰 전공을 올렸고, 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는 그리스 연합해군을 지휘하여 살라미스 해전(海戰)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두었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서 그리스를 구한 영웅이었다. 그런데도 정적들의 질시(嫉視)로 도편 추방제에 따라 고국을 떠나 적국인 페르시아에서 생을 마쳤다. 이것이 직접 민주주의 폐해가 아닐까? 더구나 최근 연구자들이 테미스토클레스의 이름이 적힌 도편(陶片)들을 살펴보니 한 사람의 필체(筆體)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를 몰아내기 위해 투표를 조작(造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투표가 바로 민주주의의 무덤이다. 데마고그(Demagogue)는 약과(藥果)이고, 중상모략(中傷謀略), 흑색선전(黑色宣傳 : Matador), 유언비어(流言蜚語), 가짜뉴스가 판을 쳐서 요즘이나 진배없었다고 한다.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은 후대(後代)의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제도와 흡사(恰似)한 방법을 도입하였다. 아테네는 원래 4개의 부족(Phyle)으로 구분하여 자치활동을 하였다. 그는 이런 구도를 갈아엎고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 아테네 전국을 세 권역(圈域)인 ‘도시(Asty)’·‘해안(Paralia)’·‘내륙(Mesogeia)’으로 나누었다. 그 권역(圈域)을 또다시 더 작은 구역(區域)인 ‘트리튀스(Trittys)’ 10개로 쪼개어 모두 30개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도시·해안·내륙의 트리튀스에서 각각 한 개씩 뽑아 세 개를 묶어서 새로운 복합체(複合體) 부족(部族) 10개를 형성한 것이다. 지역구를 교묘하게 쪼개고 합쳐서 원하는 답을 얻기 쉽도록 만든 것이다.
미국의 현직(現職)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12월 2일에 선거가 엄청난 사기극(詐欺劇)이라며 46분짜리의 연설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의 선거캠프는 끊임없이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부정의 유형(類型)으로는 우편투표의 부정, 사망자 등 실존하지 않은 이름으로 투표, 이중 투표, 투개표 시스템인 도미니언(Dominion)과 스마트매틱(Smartmatic)시스템에 의한 조작 등이란다. 그리고 미국의 주류(主流) 언론(WP, NYT, CNN, NBC, ABC, CBS 등)과 거대 SNS(FaceBook, Youtube, Twitter) 회사가 모두 민주당과 한패라서 트럼프(Donald Trump)측 주장은 삭제하고 불리한 가짜뉴스를 양산(量産)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측 주장처럼 주류 언론들은 바이든(Joe Biden)의 당선을 확실시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一蹴)하고 있다. 다만 비주류 언론인 Townhall, Epoch Times 등과 유튜브 채널에서 선거부정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과 주장들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가 우리나라처럼 선거만을 관장(管掌)하는 전국 조직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게 없고 각 주의 의회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을 것이다.
선관위가 전적으로 관장하는 우리나라의 선거도 지난 4·15 총선 결과에 대한 불복(不服)이 일어나서 법원의 검증이 예정되어 있다. 주로 사전투표와 개표시스템의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비슷하게 전자개표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키르기스탄의 아카예프, 페루의 후지모리 등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물러났고,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연방 헌법(憲法)에 따라 2021년 1월 6일까지는 무조건 결판이 날 것이다. 트럼프 측 주장에 따르면 투개표 시스템이 한 나라만 국한된 게 아니고 세계 여러 나라에 연계되었다는 주장이다. 미국 법원의 판결로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세계적으로 선거제도가 파탄(破綻)이 나고 민주주의에 치명상(致命傷)을 입힐 것이다. 한국의 4·15 총선에 대한 소송은 현재 139건이 법원에 계류(繫留) 중이다. 대법원이 재검표와 디지털 검증을 조속히 실시하여야 한다. 선거가 종료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방치(放置)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것이다. 공정한 선거로 민주주의 꽃이 활짝 피어야지 부정선거로 모두가 무덤으로 들어가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