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수의 세상 읽기(201125)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교수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제3의 침팬지>, <총·균·쇠>, <문명의 붕괴>를 쓴 UCLA의 생리학자 겸 지리·문화인류학자 Jared M. Diamond이다. 다른 한 명은 Stanford대 교수이며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정치사회학자 Larry J. Diamond이다. 그는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타임지가 “Mr. Democracy”라고 부를 정도로 민주주의 연구에 40년 이상을 보냈다. 그가 쓴 <민주주의 선진화의 길(The Sprit of Democracy)>이 2009년에, <자유화의 기술 : 소셜 미디어(Liberation Technology : Social Media and Struggle for Democracy)>가 2014년에 번역되었고, 2017년 8월에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초청으로 와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가 2017년 11월에 Stanford대의 FSI(Freeman Spogli Institute)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언제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When does populism become a threat to Democracy?>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인기영합주의가 12단계의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민주라는 탈을 쓴 독재로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주제를 다양한 연구와 발표로 실증하면서 2019년에 <인기영합주의자의 각본(The Populist’s Playbook)>을 완성하고, <Ill Winds(병풍(病風)>를 출간했다.
그는 인기영합주의(Populism)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①기존 엘리트는 부패하다고 비난하는 반(反) 엘리트 정서 ②기존의 제도는 불공정하여 폐지 또는 개혁해야 한다는 반(反) 제도적 주장 ③대의(代議) 및 간접 민주제도보다는 국민투표 등 직접 정치 ④다수주의자에 대한 강력한 권한 부여 ⑤패권주의적인 반(反) 다원주의 고수 ⑥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반(反) 자유주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진보(進步)가 다원주의를 폐기하고 이분법으로 가르며, 기존 집권층을 적폐(積幣)로 몰고, 선거법과 검찰제도 등을 일방적으로 개혁하며, 광장(廣場) 정치 및 직접 청원(請願) 제도의 동원, 다수로 밀어붙이기식 정책 시행, 친문 패거리 소통 등이 바로 포퓰리즘의 본질을 잘 나타낸 것이다.
그가 주장한 인기영합주의가 독재로 넘어가는 12단계는 한국에 있어서 진보세력이 그동안에 시행했거나 시행하고 있는 각종 조치와 거의 흡사하다. 그들은 12단계를 차례로 이행하는 게 아니라 12가지를 전략으로 활용하여 정권을 잡았고 또한 정권을 연장하려고 한다. 한국의 보수(保守)가 진보(進步)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arry J. Diamond 교수가 주장하는 12단계를 한국 진보 세력의 12가지 전략으로 치환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야당이나 반대편을 악마(惡魔)로 매도하라. 반대파를 수구골통, 반민주 세력, 군사독재 유산, 권위주의 잔재, 매판(買辦) 자본가, 친일파, 적폐세력 등으로 몰아 이분법적으로 가르고, 자기 잘못은 내로남불이나 모르쇠를 앞세워 중도 세력을 갈라 치기 한다.
②사법부의 독립성 약화시켜라. 보수세력은 단순한 임명권만을 행사하는데 반해, 진보세력은 사법부 내부에 ㅇㅇ연구회 등 사조직(私組織)을 형성하여 내부의 고발과 외부의 맞장구로 사법부 인사를 장악하고 독립성을 약화시킨다. 검찰 또한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도록 한다.
③언론과 여론(輿論)의 독립성을 파괴하라. 지지하지 않는 언론사를 집요하게 편파적이라고 비난하고, 민·형사 소송 제기, 세무조사 및 심의기구(審議機構) 규제, 정부광고 통제 등으로 괴롭히고, 경영이 약화되면 정치적으로 충성스러운 사업체와 자기와 연결된 단체를 통해 소유권을 인수한다. 언론사 노조를 활용하여 안으로부터 내응(內應)토록 유도한다. 여론조사 기관을 적극적 지지 기반으로 하여 설문지를 정교하게 만들어 결과를 유리하게 발표한다.
④방송의 통제권(統制權)을 장악하라. 보수 세력은 공영방송 사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여 내부 갈등이 많지만, 진보세력은 마치 민주적 장치를 통해 임명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내부 동조세력(민노총 계열 노조, 사내 각종 직능협회)과 담합하여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선전도구화한다. 또한 방송정책 기구와 방송심의 기구를 장악하여 인적, 콘텐츠적으로도 완벽하게 통제한다.
⑤인터넷의 통제를 강화하라. 대형 포털회사와 소셜미디어 회사의 핵심 임원을 포섭하고, 정책 및 심의 기구를 활용하여 인터넷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댓글 관리, 검색어 관리, 뉴스 배치 관리, 유튜브 방송에 대한 노출이나 광고배정 제한 등등 포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듬(Algorithm)까지 신경 써서 관리한다. 지지단체를 활용하여 자기에겐 유리하고 상대에게 불리한 가짜뉴스(Fake News)를 적절히 살포한다.
⑥대학, 인권·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를 제압하라. 대학은 보조금으로 교수나 학생을 적절히 관리하고, 각종 사회단체는 자기편으로 제압시켜서 적극적인 지지기반으로 만든다. 보조금의 지급, 지원금의 알선, 인력 발탁 등 경제적, 인사적 당근과 채찍으로 확실히 제압한다.
⑦경제계를 겁주고 협박(脅迫)하라. 경제단체장을 장악하고, 반대파에 기부금을 내는 기업은 철저히 세무조사나 인허가 등으로 목을 조인다. 상장기업은 공적 연기금(年基金)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이용하고, 비상장기업은 내부유보금(內部留保金)을 미끼로 통제한다. 동종업계는 공정거래 기구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 낸다.
⑧충성하는 새로운 계층의 정실(情實) 자본가들을 살찌워라. 공적 사업이나 공적자금을 활용하고 특혜를 주어 새로운 정실 자본가를 키워서 영원한 동지로 만든다. 벤처회사, 금융회사, 사모펀드 등을 강남좌파(江南左派)나 협력자로 많이 만들어 보수의 아성(牙城)을 허물어뜨리고, 자기 진영의 자금줄 역할로 만든다.
⑨공무원과 안보기관에 대한 정치적 통제력 확고히 하라. 공무원, 군인, 경찰, 검찰, 교직원, 사법부 등 전통적으로 비교적 정치적 중립성이 강한 직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내부 협력자를 양성하여 충성을 유도한다. 사람이나 진영에 충성하지 않고 국가나 헌법, 국민에게 충성하는 권력집단인 딥 스테이트(Deep State)들을 색출하여 처단한다. 국가정보기구를 사유화하고, 음모론(陰謀論)을 적절히 활용하여 반대파를 억압한다.
⑩선거구를 유리하게 만들고 선거 룰(Rule)을 조작하라. 지역구의 인구통계학적 지지 상황을 고려하여 선거구를 조정(Gerrymandering)한다. 지역구가 불리할 경우에는 비례대표제나 중선거구제, 선거 연령 조정, 사전투표 기간, 해외 동포의 선거참여 등 자기가 유리한 선거 규칙을 만들어 시행한다. 선거 우위를 점하기 위한 위성정당(衛星政黨) 창당, 합당, 연합 공천, 무공천(無公薦), 무소속 출마 규제 등 정당 제도를 활용한다.
⑪선거를 주관하는 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라. 중앙과 지방선거관리위원회의 인사를 장악하여 선거 관리업무의 통제권을 확보한다. 선거 업무 종사자, 투개표 참관인 등 선거 관련 인력의 통제도 확보한다.
⑫1~11단계를 더욱 격렬(激烈)하게 반복하라. 새로운 정치 질서에 반대하거나 변형된 모든 형태의 저항에는 반드시 치러야 할 공포의 크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서 순응하도록 만든다.
일반적으로 포퓰리즘(Populism)을 퍼주기식 복지나 인기 영합적 재정지출 등으로 국가 재정 파탄과 경제난을 몰고 오는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잡은 집단은 반드시 독재체제(獨裁體制)로 이행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무력이나 폭력으로 가는 경착륙(硬着陸)이 아니라 위와 같은 다양한 전략으로 연착륙(軟着陸)을 시도한다. 모든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당하게 된다. 이게 바로 보수(保守)가 정신 차려야 진보(進步)를 이길 수 있는 길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로 날아야 발전할 수 있다지만 평등과 분배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진보 진영이 더 쉽게 포퓰리즘에 빠지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