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남근(男根)을 잘랐다고?

금동수의 세상 읽기(201205)

by 금삿갓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 병전육조(兵典六條) 첨정(簽丁) 편(篇)과 시문집(詩文集) 4권에 다음과 같은 애절양(哀切陽)이라는 시가 있다. 읽기에 애절하고 가슴이 답답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문(全文)을 옮긴다.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노전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 길 구나!

哭向懸門呼穹蒼(곡향현문호궁창) 관아 문을 향해 울며불며 하늘에 호소하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부복상가유) 싸움터에 간 지아비 못 돌아오는 수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옛 부터 자기 걸 자른 건 들어본 일 없어라.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시아비 탈상했고 갓난애는 배냇물도 덜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삼대가 모두 군적에 올랐다네.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얼른 가서 호소하려니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소리치며 소를 몰고 가버리네.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칼 갈아 방에 들어 자리 가득 피 흘렸네,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자식 낳은 재앙이라 스스로 한탄하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누에 치는 방의 궁형은 무슨 허물이라던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량역척) 민(閩) 지방 자식들 거세한 것도 슬픈 일인데.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자식 낳고 사는 이치 하늘이 준 바이고,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하늘의 도는 아들 되고 땅의 도는 딸이 되지.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거세한 말 돼지도 서럽다 할 것인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하물며 대 이을 사람들이야 말해 뭣 하리오.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진관현) 부자들은 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쌀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다 같은 백성인데 왜 그리도 차별일까?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창가에서 시경의 시구 편만 거듭 외우네.

1803년(순조 3년) 가을 다산(茶山)이 전남 강진(康津)에 유배되어 있을 때이다. 노전(蘆田)이라는 마을에 사는 어떤 백성이 아이를 낳았는데, 3일 만에 그 아이가 군적(軍籍)에 오르게 되었다. 이정(里正 : 동리의 25가구마다 두는 보조 관리)이 군포(軍布) 명목으로 소를 끌고 가버렸다. 그 백성은 “내가 이것 때문에 이런 곤욕을 치른다.” 하고는 칼을 갈아가지고 자기 양경(陽莖)을 잘라 버렸다.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편의 양경(陽莖)을 주워 들고 관청을 찾아가 울며 하소연하려 했으나 험상궂은 문지기가 호통을 치면서 막았다. 이러한 사실을 듣고 다산(茶山)이 그 감회로 이 시를 지었다.

당시 관료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얼마나 흉포(凶暴)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6세 이상 남자에게만 징수할 수 있는 군포(軍布)를 갓 태어난 애기로부터도 징수한 황구첨정(黃口簽丁)의 예이다. 또한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삼년상(三年喪)이 지났음에도 계속 군포(軍布)를 징수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도 병행하니 3대가 군포(軍布)의 수탈을 받은 것이다. 다산(茶山)의 목민심서에 보면 그 이외에도 임산부가 배만 부르면 이름을 지어 올리거나, 여아(女兒)가 태어나도 남아(男兒)로 고쳐 올리고, 강아지나 심지어 절굿공이(杵)까지 이름을 지어 붙여 군포(軍布)를 거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23번씩이나 정책을 쏟아내었지만 부동산의 가격은 잡히지 않고 계속 상승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투기지구 등 규제지역 지정, 대출 규제, 임대주택제도 변경,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분양가 상한제, 토지초과이익 환수제 실시, 재건축 규제 강화, 토지거래 허가 지역 지정,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자금조달 계획서 징구(徵求) 등등 너무나 많이 발표해서 건교부 장관도 다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우스갯소리로 세무사가 가장 기피(忌避)하는 세무대리 업무가 양도세 신고 대리업무라는 말도 있다. 부동산 세제가 너무나 자주 바뀌고 복잡해서란다. 슬픈 현실이다. 일반적인 서민이야 1가구 1주택이라서 양도세를 면제받거나 납부하더라도 한평생 몇 번이나 기회가 있을까 말까라서 논외(論外)이다. 하지만 보유세(保有稅)는 다르다.

일전에 보도에 따르면 <종부세 폭탄 고지서>가 날아온다고 했다. 국세청이 2020년 11월에 고지한 종부세 부과 대상이 74만 4천 명으로 지난해 59만 5천 명 보다 25% 증가했다. 세금 규모는 지난해 3.3조 원이었는데, 올해는 4.3조 원으로 27.5%가 급증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거기에 따른 공시가격의 현실화, 최고 세율 인상(2% → 3.2%), 종부세 상한선 인상(150% → 300%)등이 주요 요인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세금 원칙이다. 반대로 말하면 소득이 없으면 세금도 없는 것이다. 보유세는 소득이 없어도 세금을 부과하니까 엄밀한 의미에서 세금 원칙에 맞지 않다.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둘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종부세(綜不稅)를 부동산 가격통제의 수단으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세제의 왜곡이 심하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걸 죄악시하여 징벌적조세(懲罰的租稅 : Punitive Tax) 또는 죄악세(罪惡稅 : Sin Tax)를 부과함으로써 보유 심리를 억제시켜 가격을 잡겠다는 하수(下手)의 정책이다. 영국 명예혁명·미국 독립전쟁·프랑스대혁명·네덜란드 독립전쟁 등 근대의 시민혁명(市民革命)이 하나같이 조세저항이 불씨이거나 기름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가격은 수요공급(需要供給)의 법칙에 따라 정해지는 시장원리를 도외시(度外視) 한 것이다.

한평생 벌어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아껴 모아 집 한 칸 가지고 있는 노령세대에게 종부세(綜不稅) 폭등은 그야말로 폭탄이다. 소득이 증가한 게 없는데도 보유세만 폭등하니 조세저항이 없을까? 명목상의 가격만 올랐지, 소득이나 쓸 수 있는 수입이 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미실현(未實現) 이익에 과세하는 것이다. 집을 팔아야 이익 즉 소득이 생기고 그때 양도소득세(讓渡所得稅)를 내면 되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에서 보유세를 빼준다면 모를까 이중 부담의 문제도 있다. 외국인에게는 양도세가 배제되어 아파트가 중국인들의 투기 먹잇감이 되고 있다.

집값을 올려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늘그막에 병원 가까이 살고 싶은데 종부세 때문에 집을 팔고 지방으로 떠나란 말인가? 주거이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다. 가진 게 집 하나인데 집값이 오르면, 소득도 없이 세금과 건강보험료(健康保險料)만 오른다. 세금은 재산세 두 번(6, 9월)과 종부세(12월) 한 번이지만 건강보험료는 매월 또박또박 나온다. 경우에 따라 자식의 피부양자(被扶養者)에서 제외되어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46만 명이 여기에 해당됐는데, 올해는 51만 6천 명이 해당되었단다. 1주택자의 보유세 추이(推移)를 보면, 전용면적 84㎡인 성동구 옥수 래미안 아파트의 경우 2019년에 228만이었는데 2021년엔 2배가량인 424만 원이다.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는 2019년에 318만 원이 2021년에 2배가 넘는 653만 원이다. 소득 증가 없이 가만히 앉아서 세금만 두 배로 내야 하니 서민들의 속이 편할까?

다산(茶山)이 말하는 이정(里正)이 농사지을 소를 끌고 가는 것이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인터넷 논객인 삼호어묵(필명)의 부동산 정책 비판이 인기인 이유이다. 세금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가렴주구(苛斂誅求)로 흘러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 된다. 남근(男根)은 자르지 않지만 혹시 집값 문제로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사례가 나올까 우려된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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