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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an 31. 2024

246. 리나레스 마을에서 길을 잃다(8/09)

헛걸음을 많이 해서 혼나다.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마을에서 내리막 길을 3.2Km 정도 걸으면 당도하는 마을이 리나레스(Linares) 마을이다. 마을에 큰 특징은 없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도 축산을 하는 마을 같다. 지나가는데 외양간 냄새가 조금씩 난다. 마을에는 산 에스테보 성당(Iglesia de Santo Estevo)이 작은 규모로 건축되어 있다 로마네스크 이전 양식의 건축물이다. 거의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성당과 밀착하여 마을 공동묘지가 보기보다 거창하게 조성되어 있다. 새로 조성한 묘지들은 대리석으로 멋지게 만들어져 있다. 종탑은 그리 높지 않고 올라가 볼 수가 있다. 이 마을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두 갈레로 나뉜다. 어느 쪽으로 가나  큰 차이가 없다 약 1~2Km 정도의 차이가 난다. 우리는 편의상 1Km라도 가까운 길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이 큰 패착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이제 산티아고콤포스텔라까지는 159Km가 남았으니 그리 힘들 것도 없다. 640여 Km를 걸은 것이다.

마을을 지나면서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과감하게 1Km라도 가까운 길로 가기로 했다. 먼 코스는 산 위쪽으로 길이나 있고, 가까운 코스는 산 아래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당연히 짧고 내리막인 길을 택한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걸었다. 내리막 길이다 보니 앞뒤를 살피지도 않고 큰길을 따라 그냥 멍하니 걸은 것이다. 이제까지 자동차 도로 같은 큰길을 걸어도 늘 얼마 정도 걷다 보면 도보 순례길과 마주치거니 나란히 걷는 코스기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예감이 이상했다. 계속 내리막 길만 있고, 주변에 도보 순례길은 보이지 않고 계속 내리막 길이다. 당연히 1,300m의 고지대를 넘으려니 내리막이 많겠거니 생각하고 걷고 또 걸었으나 원래 순례길은 보이지 않는다. 숲만 울창한 계곡 길을 줄곧 굽이굽이 돌아 내려갈 뿐이다. 아차 싶어서 급히 전화기를 꺼내서 구굴지도를 찾아본다. GPS가 잘 잡히지 않는다. 아마도 길을 잘 못 잡은 것이다. 이리저리 겨우 GPS를 잡아서 지도를 탐색하니까 엄청 다른 길로 온 것이다. 12시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우리는 3시 방향으로 계속 산을 내려온 것이다. 동반자는 발이 아파서 절룩거리면서 천천히 걷는데 길잡이가 멍청하게 이렇게 몇 Km를 헛걸음했으니 마음속으로 미안하기 그지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산길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무슨 자동차라도 다니면 긴급 SOS로 편승을 부탁해 볼 수도 있으련만 자동차 하 대도 지나가지 않는 오지이다. 거의 4~5Km를 헛걸음해서 겨우 잘못 집은 지점을 찾아서 겨우 제 길로 들어섰다. 하마터면 오늘 길가에서 노숙을 할 뻔했다. 너무 딴생각하면서 걸으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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