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라클맘 Apr 03. 2022

이제 7살, 영어 유치원 레벨 테스트를 보낸다고요?

저녁을 먹고 글을 쓰려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둘째 아이가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 정말 신기해요."

"왜? 무슨 일 있니?"

"저 지난번에 토* 시험 봤잖아요. 점수가 발표됐는데, 너무 신기해서요."

"어렸을 때 엄마랑 함께 했던 영어가 정말 효과가 있나 봐요!"


대학에 입학한 둘째 아이는 성장통 아닌 성장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대학에 입학했지만 같은 과 동기들을 만나거나 대학 캠퍼스의 낭만을 느껴보지 못한고 집에서 컴퓨터로 수업을 이어가며 답답함과 무료함을 자주 호소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예전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 대학 입시를 위해 올인하다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도 중고등 학교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지내야 하는 대학 새내기 아들을 바라보면 참 안쓰러울 때가 많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대학의 생활의 재미와 낭만을 느끼며 치열하게 미래를 탐색을 해야 할 시간을 가끔 친한 친구들을 만나며 보내는 게 전부다.


그런 둘째 아이가 공인 영어 시험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였을까?

대학 입학 후 공부를 하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생활이 익숙해진 아이는 시험 보기 전날까지 책을 열어보지 못했다.


옆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시험 유형이라도 알고 가야 되지 않겠냐고 말을 건네 보았지만, 아이는 영 마음을 잡지 못했다.

시험일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이는 시험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시험 유형도 모른 채 전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러 갔다.

코로나 시기에 집에서 보내는 대학 생활을 지켜봤기에 아이의 이유 있는 방황에 뭐라 할 말이 없었고 시험 점수 역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시험 점수가 발표되고 아이도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고등학교 시절 거의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없음에도 아이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남들은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학원이며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하는데, 어렸을 때 함께 한 엄마표 영어로 너무도 편안하게 영어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엄마, 어렸을 때 봤던 영어 dvd, 영어 책 읽기가 정말 효과가 있었나 봐요. 어떤 시험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모르는 문제가 별로 없더라고요. 정말 신기해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물어보면 영어를 배운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유아기에 우리말을 배우듯 무의식적으로 영어를 습득했기에 영어가 공부라는 생각 없이 언어로써 영어 습득이 가능했던 것이다.

책 읽기 역시 우리말 책과 영어 책을 함께 읽기 시작했기에 아이들에게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말을 하고 책을 읽는 소통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 아이의 영어 유치원 레벨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는 지인이 영어 교육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왔다.


나는 아이가 아직 어리니 영어 공부보다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지인은 그러기에 마음이 너무 급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생이라면 언어로써 영어를 습득하기에 아직 충분한 시기다.

마음이 급한 건, 아이의 나이가 때문이 아니라 높은 레벨의 다른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열심히 영어 유치원 레벨 테스트를 준비해 지금 당장 높은 수준 반에 들어간다 해도 아이가 영어를 즐기지 못한다면 아이는 항상 외우고 공부하는 영어 공부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영어 공부 방법은 즐기는 영어를 따라갈 수 없다.




영어 영상과 영어 책으로 엄마표 영어를 해보라고 추천하면 처음 한동안은 잘 진행하던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해한다.

'이 방법이 맞는 걸까요?'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닌가요?'

'무슨 말인지는 알고 듣는 걸까요?


이런 생각들로 불안해하고 아이에게 자꾸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의 영어 학습 능력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영어를 즐겁게 접하고 영어책 읽기의 재미를 스스로 느낀다면 비싼 영어 유치원이나 유명 어학원의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인 영어 습득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어렸을 때 봤던 영어 영상과 영어 책이 언제든 필요하면 꺼내 쓸 수 있는 아이의 영어 실력이 될 수 있다면 조금 힘들어도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믿고 함께 할 엄마의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며, 옆집 아이가 아닌 내 아이만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듯한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와 영어 진행이 어렵고 힘든 것은 부족한 영어 실력보다 부모의 조급함을 되돌아보는 게 먼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추석 무렵 시골  방앗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