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의 『어떤 어른』

어린이를 통해 배우는 '더 나은 어른의 삶'

by 신슈슈


올해는 개학과 동시에 김소영 작가의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3월을 보냈다.

중학교에 근무하며 수년간 학생들을 관찰해 본 결과, 중학생은 청소년으로 불리지만 아직은 덩치가 큰 '어린이'에 가까울 때가 많다. (인생사 스펙트럼으로 분류하자면 어른보다는 어린이에 가까운 그들)

5월의 끝이 코 앞인 오늘도 "학년과 반, 이름?"이라는 나의 질문에

"6학년 2반 김OO. 아! 아니고..."라며 초등학교 시절 학반을 내뱉다가 민망해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이가 있으니까.

관성과 같은 초등 6년의 세월은 아이들의 행동과 말 곳곳에 묻어있다.

책을 읽을수록 새 학기 대비 마음 다스림이라는 내 불순했던 의도와는 달리 몽글몽글한 내용들이 자꾸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어린이라는 세계』 속 어린이들은 저마다 '나는 그저 어린아이가 아니라 고유한 사람이자 한 명의 시민입니다.'라고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편견이라는 렌즈로 무심하게 아이들을 보곤 했던 날들이 떠올랐고 마음 깊은 곳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나는 과연 이들에게 어떤 어른일까. 내가 바라보던 그 렌즈로 어린이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어떤 어른』은 전작에서 중심이 되던 어린이라는 키워드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책이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경험한 어린이들과 관련된 작고 큰 에피소드들로 독자를 웃음 짓게 한다. 하지만 『어떤 어른』은 사랑스러움이라는 감성에 멈추지 않고 이렇게 되묻는다.

"그럼 당신은 아이들이 살 세상을 위해 어떤 어른이 되겠습니까?"


저자 김소영
출판 사계절
발매 2024.11.13
페이지: 328p


저자소개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 『말하기 독서법』, 『어린이책 읽는 법』, 『일상의 낱말들』(공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공저) 등을 썼다.


글이라는 예술로 아동의 인권과 존중을 널리 퍼트리는 김소영 작가의 포지션은 이제 더 이상 작가 정체성에만 머물 수 없게 되었다. 등 떠밀려 정치인이 되고 인플루언서도 되는 세상인데, 김소영 작가의 선한 영향력으로 어린이라는 정체성을 달리 보는 이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나는 김소영 작가가 등 떠밀려 아동문화운동가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으면 좋겠다. 그녀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방정환 선생님 옆에서 어린이 해방 선언문의 문구를 함께 고민하고 있지 않았을까.


김소영 작가는 처음 본 아이에게 '어린이'라고 부르며 존대한다. 인권이라는 말은 거창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존중을 담은 그녀의 존대와 다정함은 한 명의 어른으로 닮고 싶어 자꾸 따라 하게 된다.




책소개

책은 저자의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의 2편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비슷한 세계관과 주제를 공유한다. 하지만 전작과 차별화된 부분이 있는데, 『어떤 어른』은 성장형이라는 점이다.

『어떤 어른』목차

- 1부 어쩌면 좋아요?
- 2부 열일곱 살이면
- 3부 어른의 어른

1부 어쩌면 좋아요? 에서는 작가가 직접 경험한 '어린이'와 관련된 보석 같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일상 속 이웃과도 같은 어린이들의 모습을 주로 담고 있는데, 애정 어린 관찰자의 눈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통역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2부 열일곱 살이면에서는 청소년기 아이들과의 에피소드와 작가 본인의 학창시절을 오간다. 다시 1학년이 된 중학생의 곤란함이라던가, 우리가 '사춘기'라는 단어로 아이들을 뭉뚱그려 생각한다는 부분에서는 작가의 섬세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 선생님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작가의 말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에게 더없는 위로와 응원이 되었다.

3부 어른의 어른을 읽으면 이 책에서 어린이 인지 감수성이 느껴진다. (내가 방금 만들어낸 말이다.) 어린이가 있을 때는 무심해지면 안 된다는 내용에 공감한다. 이 책을 읽은 이라면 길에서 우연히 어린이를 만났을 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치 사복경찰관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운전을 할 때도, 흡연을 할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말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P.171

어떤 아이에게는 학교가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가장 밝은 장소다. 어떤 아이에게는 수업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안정적인 시간이다. 어떤 아이에게는 학교의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가 숨통을 틔워주는 휴식이 된다. 어떤 아이에게는 학교 급식이 가장 균형 잡힌 식단이다. 어떤 아이에게는 선생님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죄책감 없이 그저 받기만 해도 되는 사랑이.


P264-265. '노 키즈 존'은 사라져야 한다. '어린이'라는 사실은 명백히 어린이의 정체성이다. 정체성 때문에 특정한 장소에 출입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쩔 수 없다 해도, 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차별이다.

......

'노 키즈 존'이라는 말 대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맞다. 깨지기 쉬운 장식품이 많아서 어린이 출입이 어렵다거나, 난간이 위험해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한다거나, 음식이 뜨거워서 어린이가 돌아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에 어린이 동반석을 아이디어로 제한한다거나, 여러 이유를 설명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 봤자 결론은 똑같다고 하더라도, '노 키즈 존'이라는 말로 차별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쉬운 말'은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감사히도 집 근처 도서관에서 김소영 작가의 강연이 열려 참석하게 되었다. 강연의 주된 내용은 어린이뿐 아니라 사회 속 약자라 불리는 사람들과, 소수이기에 외진 곳에서 불편함을 당연히 감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장애인, 이주배경 시민, 성평등 문제, 경제적 계층, 비인간 동물 등)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더 쉽게 쓰는 것이 김소영 작가의 글쓰기 원칙이라 한다.『어떤 어른』은 그래서 쉽게 읽힌다. 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 속에 어려운 문제들이 녹아있는 책이다. 노키즈존, 차별보호법과 같은 문제는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 아니던가.

작가는 쉬운 문체로 어려운 이야기를 말한다. 차근차근 말한 후 담백하게 가야 할 방향들을 가리킨다.


강연까지 들으니 생각이 선명해졌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은 분명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이 앞서 나가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그들의 불편함을 함께 고민해 나누는 삶.

다름을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포용하는 삶.

말뿐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


내가 되고 싶은 어떤 어른은 그런 삶을 사는 어른이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