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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치 Mar 12. 2024

'태양을 그리워하다'라는 뜻이죠.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브라마솔레. 태양을 그리워한다는 뜻이죠"

짐작건대, 낮이 짧은 북유럽에 나를 데려다 놓으면 잘 살아내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햇볕이 필요한 존재지만 유난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예능에선 이런 사람을 두고 '낭만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좋은 말이니 나도 낭만 있는 사람인 거라고 받아들이자.


어쨌든 이렇게 물리적으로 태양을 그리워하는 것 말고,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찾아오기를 갈망한다. 이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이다.


 <투스카니의 태양>의 배경 지역은 지중해 태양을 그대로 받아 좋은 날씨로 손꼽히는 곳, 이탈리아 투스카니(토스카나). 아무리 이런 꿈같은 날씨 속에 살아도 외로움과 고독함, 인생에 실패를 맛본 사람은 삶에 한 줄기 빛이 들길 간절히 바란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Under the Tuscan Sun' 이니까 직역하면 '투스카니 태양 아래에서' 쯤 되겠다. 뜨거운 지중해 태양 아래에서 펼쳐지는 '프란시스(다이안 레인)'의 여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희망과 긍정이라는 결말에 다다른다.


그래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더 중요한 메시지는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이 아니라,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남편에 배신당한 프란시스는 몸도 마음도 빈털터리가 된 채 좌절에 빠진다. 그러다 우연히 얻게 된 투스카니 여행 티켓을 들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또 우연히 '브라마솔레'라는 빈 집을 발견한다. 그 안에서도 우연의 연속이 이어지고 결국 그녀는 빌라의 주인이 된다. 우연히 만난 요상한 여자 캐서린, 집수리업체, 중개업자, 이웃들까지. 새로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우연과 인연을 거듭하며 조금씩 뿌리를 내린다.







세렌디피티.

뜻밖의 발견이라는 말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기분 좋은 발견을 위해서는 아무리 희망 없는 순간에도 긍정 마인드를 유지해야 한다. 절대 쉽지 않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때가 되면 알게 된다' 이런 말들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아닐까. 강제로라도 긍정을 주입하는 건 내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정말 실천이 힘들지만 말이다. 바라던 회사에 떨어졌어도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회사에 지원할 수 있었다는 굵직한 일들부터 여행지에서 계획한 장소가 문을 닫았을 때 오히려 더 좋은 레스토랑에 가게 된 사소한 일까지.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뜻밖의 행운 같은 일들로 인해 바뀌게 된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투스카니의 태양>은 그걸 한 번 더 일깨워 주는 이야기다. 요즘 유행어로 '오히려 좋아' 같은 순간들을 잘 찾아보라고.



"뜻밖의 일은 항상 생긴다.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조차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더 놀랍다."




 



 영화 중간까지도 이 메시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그저 다정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흘러갈 뿐. 결말에 이르러 그곳에서 쌓아 올린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렇네요. 제가 바란 건 다 이뤄졌어요."

라고 프란시스가 말하자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망가지고 텅 비었던 집을 처음부터 다시 수리하고, 가꾸고, 그곳에서 인연을 맺어 맛있는 식사를 함께하며 친구와 가족이 되는 과정. 그 속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즐거운 일들을 발견하며 사는 게 인생의 행복이라고.


믿으면, 그냥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말하던 대로 바라는 일들이 이루어질 거라는 단단한 용기를 준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발견해 뜻밖의 따뜻함을 얻어 가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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