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는 도대체 누구의 말일까?

조카의 말에서 새언니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by 춘림

엄마가 오빠의 차를 타고 오빠 집에 다녀오셨다.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중, 귀에 ‘덜컥’ 걸리는 말이 있었다.

“철수(가명: 오빠의 고등학생 아들)가 그랬다더라. 아빠는 마마보이라고.”

나는 반사적으로 물었다.

“왜?”

엄마는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지한 것도 아닌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전화만 하면 간다고... 아빠 차로 할머니 태우러 간다고 그랬대.”

나는 곧장 받아쳤다.

“1년에 몇 번이나 태우러 오는데? 그리고 그냥 엄마 모시러 오는 것도 아니잖아.

엄마가 이것저것 해놓은 자기들 먹을거리 가져가야 하니까 오는 거지.”


사실이 그랬다. 엄마는 오빠 집에 가실 때 대부분 혼자 버스를 갈아타며 다니셨다.

우리 집에서 시골에 있는 오빠 집까지는 왕복 네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다.

지난번에도 엄마는 오리탕과 갓 담근 김치를 통에 담아

그걸 다시 배낭에 넣어 짊어진 채 터미널로 향하셨다.

그럴 때면 관절도 안 좋으신 노모인 터라 속이 상했다.

오빠와 새언니는 “이제 그만해다 주세요. 어머니 힘드시잖아요.”

“어머니 오시려거든 그냥 오세요.” 이런 말 한 번 없이 자연스럽게 받기만 했다.

잘 받아서 잘 먹으니 엄마는 계속해다 주셨다.

오리탕, 추어탕 등등 손 많이 가는 음식들을 손수 만들어 챙겨가셨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마마보이’라는 말은, 배신처럼 느껴졌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그 얘기 누가 한 거야? 새언니가 한 거야?”

“그럼 철수애미가 하지, 누가 해.”

그 순간, 내 안의 시누이가 눈을 떴다.

눈에 힘이 들어갔고, 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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