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 듯 다시, 나를 찾다
나의 2026년은
무언가를 더 이루기 위한 해가 아니라
내려놓기를 배우는 한 해로 삼고 싶다.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무엇을 더 얻기 위한 연륜이 아니라,
지금 내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붙잡고 있는
감정과 집착, 익숙한 생각들을
조금씩 내 안에서 내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새해는 어김없이 온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늘 그렇듯 여러 생각의 교차로에 서 있다.
우리 가족은,
내 아내는,
내 아이들은,
그리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시간을 건너고 있는가.
거창한 계획은 아니다.
그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몇 가지 생각을 붙잡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정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해가 끝날 즈음이면
그 고민들이 대부분 아무 부질없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어느덧 68이라는 숫자 앞에 서 있다.
그래서 새해가 오면
이제는 묻게 된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의욕을 버리거나
삶을 대충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목적 없는 삶을 살겠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삶을 지탱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정신의 세계에 있다고 믿는다.
헛된 기대, 망상, 지나친 욕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나이 들어감’에 대한 인정.
나는 이제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 물질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수많은 관계의 그물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것들 앞에서
“왜 나는 없지”라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을
이제는 떠나보내고 싶다.
치밀한 계산으로 득과 실을 따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먼저 베푸는 삶으로.
어쩌면 이것이
나이 들어 우리가,
그리고 내가 아내와 함께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지도 모르겠다.
자식들에게 끊임없는 성장을 요구하기보다
그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내적·외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
그 또한 내려놓음의 한 모습일 것이다.
세상의 진리는 늘 단순하다.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진리가 아닐까.
30년 넘게 외골수처럼 시사 프로그램의 길을 걸으며
명성과 명예를 얻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정신적·육체적 흐트러짐을 겪어야 했던가.
아내가 남편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었을까.
아내의 내려놓음은
내 인생의 길을 열어주었지만,
그 이후 아내의 삶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다.
이제 2026년은
아내의 암 진단 이후
세 번째 해에 접어든다.
아내의 병은
탐욕이나 집착,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정의 고비를
남편의 부재 속에서 홀로 감당해 온
시간의 결과였다.
그래서 나는
2026년만큼은
내 심연의 어떤 생각도
나를 다시 혼란으로 끌고 가지 않게 하고 싶다.
마음의 파편이 이는 자리가 아니라,
진정한 내려놓음으로
나를 찾고,
우리 가정을 다시 찾는 해로 만들고 싶다.
사막을 건너는 여행자를 떠올린다.
뜨겁고 습한 모래 위를 걸을 때
그들의 생각은 오직 하나일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발을 떼어
한 발짝씩 걷는 것.
나의 새해도 그러하고 싶다.
내려놓음으로 다시 나를 찾는 삶.
그 조용한 걸음을
2026년의 첫날에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