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내려놓고 나서야 알게 된 것

by 최국만


방송을 떠난 지

이제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금방 잊힐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때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현장의 공기,

사람들의 표정,

말로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것들은 방송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그 기억들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밝히기 위해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어둠을

내 안에 조금씩 남겨두고 나왔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




이제는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더 이상

누군가를 쫓아다니지도 않고,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려 애쓰지도 않는다.




대신

조금 느리게 걷는다.


조금 오래 바라보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한다.




예전에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안다.


세상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이것 또한 안다.


누군가가

조금 먼저 움직일 때,

세상은 아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그 시간 속에서

한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더 이상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조용히 꺼내어 본다.




진실을 다룬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일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왜 그토록

멈추지 못했는지,

왜 그토록 힘들었는지.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남은 것은 하나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래서 지금은

그저

조용히 살아간다.

아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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