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불안과 함께 살았다
사람들은 방송이 끝나면
피디의 일도 함께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에게
진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전화가 온다.
항의, 분노,
그리고 법적 대응을 암시하는 말들.
자치단체의 혈세 낭비를 다루고,
사이비 교주의 실체를 드러내고,
왜곡된 금융 구조를 비판할 때마다
수화기 너머에는 늘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 심의를 둘러싼 차가운 시선,
취재 당사자들의 집요한 문제 제기.
그 모든 것들이
방송이 끝난 뒤의 시간을
더 길고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밖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되는 질문이었다.
“혹시 내가 놓친 사실은 없을까.”
“내가 겨눈 칼끝이, 무고한 사람을 향한 것은 아닐까.”
이 질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
밥을 먹을 때도,
운전을 할 때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현장은 화면으로 끝나지 않았다.
건설 현장에서 울던 가족들의 눈빛,
고독사 현장의 공기,
긴 세월을 견딘 사람들의 침묵.
그 장면들은
방송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남았다.
시사 프로듀서라는 직업은
타인의 고통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다시 세상 밖으로 내놓는 일이다.
나는 30년 동안
그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를 늘 긴장 속에 살게 했다.
특히 한 번은
지자체 공예조합의 비리를
3개월에 집중 취재를 통해서
4부작으로 고발했을 때였다.
‘국고 보조금 횡령 사건이었다.’
오랜 취재 끝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방송이 되자,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방송 이후
그 비리는 더 이상 숨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졌다.
관련자 중 한 사람에게
잘못된 일이 발생했다.
각종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인지,
아니면 무엇을 해야 했던 것인지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왜곡하지 않았고 진실만 방송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내 안의 질문은 더 깊어졌다.
진실을 드러낸다는 것이
항상 옳기만 한 일인가.
그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무게가 되는 것은 아닌가.
나는 한동안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안은 멈추지 않았다.
방송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일,
확인해도 사라지지 않는 의심.
그것이 내가 겪어야 했던
또 하나의 현장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불안과 함께 살았다.
그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확인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단정하지는 못한다.
그 모든 시간이
옳았는지, 아니었는지.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일이 있었고,
나는 그 시간 속에서
계속 질문하며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