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소박한 사람이니까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다르덴 형제 감독의 <소년 아메드>를 보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려오는 손을 주물렀다. 가라앉은 마음에 남은 이물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상영관에 불이 켜지고 모든 관객은 퇴장해달라는 안내원의 목소리에 일어선 마지막 관객이 되었다. 흐리고 어두운 날에 찾고 싶었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 갔다. 무슬림 영화를 본 후 천주교 성지 기념관이라니. 친구가 성지 순례의 날이냐고 웃었다. 순교한 44인의 행렬을 멀찍이서 바라보았다. 마르고 갈라진 침목의 표면이 예수의 손등과 발등에 못 박힌 흔적 같아 보였다.
시청역 근처의 카페 Coffee and Cigarettes에서 정물화같은 서울 하늘을 보았다. 바람이 약해 오래 집중하여 보지 않으면 구름의 흐름은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다. 고집스런 7월의 마지막 날. 창을 마주보고 앉아 글을 조금 썼고 이달의 정산도 했다. 그리곤 노트북을 덮고 핸드폰도 뒤집어 놓은 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았다. 생각의 쉼, 감정의 여백. 그래도 떠오르는 얼굴들, 순간들, 단어들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것들이 8월로 이월되어야 하는 숙제로 여기려 한다.
저녁에는 (어쩔 수 없이) <강철비2>를 보고 불쾌한 마음을 시원한 맥주로 달래고. 친구의 만류에도 나는 홍대에서 집까지 걸어갔다. 밤이 되어도 후텁지근한 여름. 기나긴 장마가 잠깐 소강한 그날은 안개비가 종일 오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습기는 걸을 수록 몸에 진득하게 붙어 떨어질줄 몰랐다. 사십분을 걸어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빗방울이 굵어졌다 싶더니 갑자기 후두둑! 평온하게 걷던 주변의 행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향해가던 곳으로 뛰어갔다.
아파트 현관을 겨우 열보 남짓 남겨두고 있던 나는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그 유쾌함이 어느 정도였냐면, 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 나서 뜀박질을 할 만큼. 긴 산책으로 끈적해진 몸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는 차가웠고 개운했다. 물론 끔찍하게 비에 젖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폭우가 시작된 게 가장 큰 행운이었고. 이 기막힌 타이밍은 7월의 마지막 밤과 8월의 첫 밤이 교차하는 순간에 선물처럼 왔다. 그때 나는 8월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