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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훈 Nov 08. 2022

불안의 시대 - 6

<종말에 관한 기록> - 배신

그렇게 철저하게 믿었건만...




A씨는 실패하고 돌아왔다. 그는 배신을 당했다. 가장 믿었던 친구에게.




세계는 식량문제로 전쟁에 돌입했다. 동남아시아로부터 쌀 수출이 끊겼다. 세상 곳곳에서 난민문제가 발생하면서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모로코 북단의 세우타 지역은 난민들로 넘쳐났다.


그야말로 세우타 게이트(Ceuta’s gate)의 장관이었다.




갈 길을 잃은 사람들은 스페인으로 건너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신원조회를 위해서 조사관들은 한 사람씩 그 가난한 얼굴을 쳐다본다. 신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까?




끝없는 줄은 직선을 만들기도 하고 사각형 형태를 띠기도 했다. 신들은 분명 이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정처 없이 떠다닌다.




아프리카는 울고 있다. 그리고 멕시칸들은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시에라리온의 눈물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료주의는 사람들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시카리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마약 산업도 갈수록 흥왕하고 있다.




총은 발사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화성에 새로운 지구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 빨간 토양 위에 지구의 복사물들을 올려놓는다. 『화성 연대기』를 읽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화성의 인류가 결국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스타워즈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일본은 이제 소행성 위에 착륙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자위권을 회복하려고 한다. 언젠가 다시 대륙을 침략할 기회를 지구 밖에서 노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배신당하며 살아간다. 지구는 자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제 중력을 잃고 조금씩 떠다니게 될 것이다. 공중 부양을 할 수 있게 되었으나 사람들은 점점 우주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채 우주의 먼지들을 마주하게 된다.




바깥으로 나갈수록 숨 쉴 수 있는 산소는 조금씩 줄어든다.


신경과 조직은 조금씩 메말라 간다. 이제 젊었던 사람의 얼굴은 노파의 얼굴이 되고 만다.




드라큘라의 모습으로 박제되어 영원히 떠다닌다.


우주라는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품이 되어간다.


국가는 통제력을 잃었고 아나키스트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이제 지금껏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우주라는 환경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우주는 왕이 되었다.




그리고 곧 엄청난 권능을 뿜어내며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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