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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 Robin Williams ; 선생님. 선함. 호소력 >

by 심재훈

나는 공부와 입시에 지친 아이들에게 꼭 보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들이 특히 그렇다. 난 비교적 그의 근래 작품들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고전이 된 「죽은 시인의 사회」(1989)를 꼭 보라고 하고 싶다. - 사실 「레전도 오브 폴」처럼 이 영화도 제목 번역이 잘 되지 못했다. 「Dead Poet Society」는 교내 문학동아리 이름에 가깝다. 정말 시인이 죽었다고 말하는 건 큰 착오다. - 로빈 윌리엄스는 정말 선생님 같다. 영화 캐릭터가 꼭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선생님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의 얼굴은 그 선한 인상에 일말의 호기심이 적절히 섞여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자꾸 엉뚱한 얘기를 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지 말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라고 종용한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딱딱한 감옥이 되어버린 학교와 제도를 믿지 말라고 말한다. 진정한 의미의 교권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자율성을 주는 거라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영화 안팎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기를 염원한다. 그의 얼굴은 이상한 마력이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꼭 어떠한 각성에 이르도록 만든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그토록 호소력 있는 얼굴이 또 있을까. 이 호소력 있는 얼굴만큼은 로빈 윌리엄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해 보인다.

이런 보이지 않는 마력은 「굿 윌 헌팅」(1997)에서 절정에 이른다. 로빈 윌리엄스가 안아주었을 때 젊은 맷 데이먼은 정말 울지 않았을까? 세상에 버림받은 윌(맷 데이먼)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아이다. 그런 윌은 매과이어(윌리엄스)는 끝까지 기다려준다. 그리고 그의 얘기를 들어준다. 공감해준다. 안아준다. 그리고 매과이어는 윌의 특별한 재능이 세상의 자본과 권력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세상을 밀어낸다. 아마 이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한 명도 없을 거다. 그만큼 가슴 따뜻하고 공감이 갖는 윌리엄스가 있어서 이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영화 속 절친(벤 에플렉)이 체념해 있는 윌에게 무심코 던졌던 대사를 기억한다. 이 한 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 같다. 세상에는 이렇게 당신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영화도 있다. 비록 그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네가 여기를 떠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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