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였지? 2년 전쯤이던가? 지금 사는 지역으로 완전하게 거주지를 옮길 무렵 말이야
이것저것 실패하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몸은 점점 무너져가고 생활은 뭐 지금도 나아진 건 별로 없지만 바닥을 친 때 말이야 문도 닫히지 않고 머리 마트에는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몸을 가누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 매트리스 한 장 깔고 누워 자야 하던 때 말이야. 창고로 쓰던 공간이었기에 내 짐을 놓을 공간도 없고 이사 오던 무렵은 5월이었는데 환기도 잘 안되고 문을 열면 바깥의 온갖 소음이 쏟아지고...
그냥도 심한 불면증에 잠을 자기도 힘들었어. 쪽방이 아마 내가 살던 공간일 거야. 책을 읽는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었어. 무언가를 쓰겠다고 다이소에서 5000원짜리 접이식 상을 샀는데 그걸 펴놓고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은 고통이었어. 솔직히 이런다고 뭐가 나아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무슨 생각인지 어느 날 물병 하나랑 수첩 하나 핸드폰을 들고 집 인근의 공원에 나갔어. 그냥 한 바퀴 돌고 거기 있는 운동 기구로 운동이랄 건 없지만 몸을 좀 풀어주는 일을 반복했어. 폭우가 쏟아지거나 지독하게 추운 날 빼고는 매일 나왔어. 아르바이트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잘 걷지도 못하고 오래 서지도 못하는 뭐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무거운 걸 들지도 못하는 나이 많은 아줌마가 갈 곳은 없더라고. 그냥 막막했어. 돈도 없고 건강도 없고 살날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암담한 그런 거 알지? 그냥 무조건 한 시간 이상 공원 산책하고 돌아와 책을 읽었어 그리고 아무거나 쓰기 시작했어. 잘 쓰는 글은 아니나 쓰는 동안은 내가 무언가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 아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고 말이야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일 바라는 것을 써봐 그리고 읽어, 말도 안 되는 꿈이 거기 적혀있어, 그런데 말이야 그 꿈의 조각 몇 가지가 지금 이루어졌어. 전체 꿈 중에 부스러기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이루어진 것을 오늘 비로소 깨달았지 뭐야. 자랑하는 게 우습지만 이젠 알겠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것을. 지금은 몸이 더 아프고 움직이기 좀 힘들어 그래도 천천히 매일 무어든 할 거야. 그러다 보면 내 꿈의 다른 조각도 이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