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오늘까지 참았다

by 담담

– 괜찮게 늙는 중입니다 ⑧

감정이 상했을 땐
말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티 냈다가 분위기 망칠까 봐,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묻었다.
말하지 않고, 웃었다.
"괜찮아"라는 말에
기분을 눌러 담았다.

그리고 그게 하루,
이틀,
한 달을 넘겼다.


그러다 어느 날.
치킨집에서 소스가 잘못 나왔다는 이유로
나는 울었다.

아무도 이해 못하는 타이밍,
아무도 모르는 눈물.
나는 그날,
감정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감정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그건 '무시당한 순간'이 아니라
'너무 오래 참은 순간'이 아닐까?

나는 나를 너무 많이 기다리게 했다.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
"이 정도는 넘길 수 있어" 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유예시켰다.


지금은 감정을
되도록 ‘신선할 때’ 꺼내려고 한다.
불쾌했던 말,
섭섭했던 상황,
혼자 다 삼키기엔
나는 너무 오래 살았다.


감정은 표현보다
‘제때’가 중요하다.
늦게 꺼낸 감정은
설명도 길고,
말도 무겁고,
종종 울음부터 나온다.

그래서 이제는
눈물이 나기 전에 입을 열기로 했다.
괜찮지 않으면
"나 지금 별로야."
그 한 마디만으로도
감정은 상하기 전에
소화될 수 있다.


오늘의 느린 연습

오늘 하루, 내가 삼킨 감정이 있었는지 돌아보기.
혼잣말이라도 좋다.
“그건 좀 속상했어.”
“나도 서운했는데.”
감정은 ‘관리’보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연습이 먼저다.


감정은 소스가 아니다.
필요할 때 조금 뿌리는 게 아니라,
살면서 나도 모르게 묻어버린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를 참지 않기로 했다.
오늘까지 참았으면
내일부터는
조금 더 솔직하게 괜찮아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