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보다 ‘내 속도’에 충실한 일상
– 괜찮게 늙는 중입니다 ⑦
한때는 루틴을 믿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루트로 걷고,
비슷한 메뉴를 먹고,
지정된 시간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그게 ‘성장하는 사람’의 공식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공식이 자꾸
내 마음에 부딪힌다.
몸이 아니라 리듬이 삐끗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어느 날은 7시에 눈이 떠지고,
어느 날은 9시에 깨서도 몸이 무겁다.
매일 먹던 음식이 물릴 때도 있고,
매일 가던 길이 그날따라 낯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되뇌인다.
“내가 망가진 게 아니라,
그냥 내 리듬이 바뀐 거야.”
루틴은 반복이고
리듬은 반응이다.
나는 이제 반복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반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오늘은 걸음이 느려도,
그게 내 컨디션에 맞는 리듬이라면 괜찮다.
요즘은
To-Do 리스트보다
Feel-Do 리스트를 적는다.
오늘 나는 뭘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먼저 본다.
기분이 무거운 날엔
예정된 공부보다
햇살을 맞는 게 더 필요한 날일 수도 있다.
누구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꾸준함조차도
내 리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비로소 오래 간다.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배운다.
꾸준한 사람보다,
지속 가능한 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아서
따뜻한 보리차를 천천히 마셨고,
자극적인 음악 대신
빗소리 유튜브를 틀어뒀다.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세 개를 지우고
‘걷기 20분’과 ‘숨 크게 들이쉬기’만 남겼다.
일정을 조정한 게 아니다.
그냥, 오늘의 나를 존중한 하루였다.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이
바라는 ‘속도’를 따라가 보자.
일정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연습이다.
오늘의 나에게 가장 맞는 리듬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루틴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리듬은 나를 부드럽게 살게 했다.
이제는 빠르게 걷는 것보다
내 걸음으로 꾸준히 가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오늘,
내가 괜찮은 속도로 살아가고 있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는 하루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