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날 축제 (1)

by 뭉지

매년 할로윈 시즌이 되면, 멕시코 전역은 화려한 축제의 열기로 물든다. 이름부터 섬뜩한 ‘죽은 자의 날’ 축제다. 산자락을 따라 알록달록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게 인상 깊은 마을 과나후아토에 도착했다. 골목마다 풍기는 강한 향신료 냄새, 벽마다 걸린 해골 장식들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길 곳곳에는 해골 분장으로 거리를 누비는 어른과 아이들, 밤이 되면 라틴풍의 노래와 함께 춤추는 사람들로 퍼레이드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경계심과 두려움을 놓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해골 분장을 한 멕시코 사람들이 무서웠다. 그들은 불시에 나에게 다가와 칼이나 총으로 위협을 가할 것만 같았다.


온몸에 잔뜻 힘을 준 채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축제를 구경했다. 그러다 마지막 날,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나게 된다. 여느 날처럼 거리를 천천히 산책하고 있던 중이었다. 길 곳곳에서는 주황색의 꽃을 한 무더기씩 팔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은 꽃을 계속해서 샀다. 그것도 3일 내내 말이다.

‘이 꽃이 뭐길래 계속해서 사는 거지?’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메리골드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 꽃의 향기가 죽은 자의 영혼을 이승으로 이끈다고 믿어 축제 기간 동안 묘지에 이 꽃을 놓아준다고 했다.

사실 이 마을은 디즈니 영화 <코코>의 배경지로 공동묘지 역시 유명한 관광 명소였다.

하지만 나는 공동묘지라는 섬뜩한 단어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메리골드의 뜻을 알고 나니 이 사람들도 그저 우리처럼 죽은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인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공동묘지에 한 번 가볼까?’

문득, 메리골드로 둘러쌓인 공동묘지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영화 코코를 재미있게 본 기억도 있기에 영화 속 장소를 실제로 마주할 때의 느낌도 궁금했다. 옆을 보니 메리골드 다발을 품에 꼬옥 안고 어디론가로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10분간의 고민 끝에 나도 그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공동묘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무심코 뒤를 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꼭 누구한테 고백을 하러 가는듯 메리골드 대신 정성스레 포장한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캡모자 아래로는 하얗게 센 머리가 삐져나와 있었고, 얼굴엔 주름이 한가득이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여든은 훌쩍 넘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무릎과 허리가 아프신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길게 펼쳐져 있었고, 날씨는 30도를 웃돌아 햇빛이 매우 강하고 후덥지근했다. 건장한 청년도 쉽게 지칠만한 한 여름의 무더위였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어느새 나를 앞질러간 할아버지를 뒤에서 지켜보는데 궁금해졌다.

‘대체 누구에게 꽃을 주러 가길래 저렇게 열심히 계단을 오르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