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또띠아 위에 튀긴 듯 고소한 곱창을 올리고 다진 양파와 이름 모를 매콤한 소스를 한 스푼 얹었다. 기름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타코를 한 입 베어 무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이 터졌다.
기분 좋게 먹고 주인에게 “How much?”라고 물으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잊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주 간단한 영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휴대폰을 꺼내 스페인어로 ‘얼마예요?’를 번역해 보여주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가격을 알려주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간단한 계산 하나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하게 필요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 불편함은 죽은 자의 날 축제가 끝나자마자 내가 ‘스페인어 배우기’에 나서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나는 늘 여행지에 살아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빽빽한 일정에 맞춰 여러 도시를 빠르게 옮겨 다니는 여행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 여행지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지는 오히려 하이라이트를 벗어난 뒤에야 보이곤 했다. 그래서 죽은 자의 날이 끝난 이후, 이곳에서 시작될 일상이 은근히 기대됐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에 나도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스며들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하루는 거의 비슷하게 흘러갔다.
9시 수업을 위해 숙소를 나섰고, 길에서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사 먹으며 걸었다. 학원에 도착하면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할머니, 할아버지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세 시간 동안 스페인어를 배웠다.
“Buenos días.”(좋은 아침이에요)
“¿Cuánto cuesta?”(얼마예요?)
“Sesenta pesos.”(60페소예요)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 달콤한 낮잠을 잤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카페에 들러 복습을 하거나 숙제를 했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었다.
. 그날도 어김없이 저녁을 먹고 카페로 향하던 길이었다. 소설 『돈키호테』가 떠오를 만큼 중세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골목을 걷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북과 아코디언, 남자의 노래와 사람들의 환호가 뒤섞인 소리였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듯,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소리를 향해 발걸음이 옮겨졌다. 노랫소리가 가까워지자 환호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가만 보니 ‘마카레나’였다. 어릴 적에 티비에서나 보던 춤을 이들은 길거리 춤으로 자연스레 추고 있었다. 중세풍 의상을 입은 거리 악단이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를 이어가고, 흥이 오른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로 골목의 열기를 더해갔다.
춤이 끝나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어깨를 잡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낯선 이의 어깨를 잡고 홍조 띤 얼굴로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 낯설고도 신나는 기운이 구경만 하던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마카레나를 출 때만 해도 그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도 그들처럼 어깨를 잡고, 멕시코의 흥 한가운데 들어가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