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지원과 오티
보통 대학 합격을 확인한 후에 무엇을 할까?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루 종일 자는 사람도 있고... 놀고 자고 먹고... 놀고 또 놀고 계속 놀고...
그런 것 말고, 합격한 순간 그 직후에 합격의 여운을 누리며 대학생활을 준비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정보 모으기...!
물론 좋게 말해 정보 모으기지 정확히 말하면
인스타 활성화 후 우리 학교 이름 붙은 모든 계정
팔로우하기(다른 과까지), 카톡 오픈채팅방 들어가기,
에타 가입 후 인증 염탐, 학교 이름이 붙은 온갖 앱(기숙사, 도서관, 학생증) 깔아 두기 등등을 한다.
덕분에 한동안 폰 배경화면 한가득 학교 마크로 가득했었다. 혼자 누워서 헤실헤실 웃으며 정보 모으기를 하느라 일주일을 하루 종일 폰만 쥐고 있다 보면 무조건 접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정보, 학교의 동아리 목록이다.
신입생의 설레는 마음을 앗아가는 수없이 늘어선 중앙동아리들과 작은 모임들... 취미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
그중에서 발견한 천체관측동아리는 지구과학은 싫어했어도 우주만은 사랑해 왔던 내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다.
천체관측동아리는 경쟁률이 빡센 것으로 유명해서 지원서를 쓸 때에 심혈을 기울여 썼는데 별에 대한 경험과 진심을 담으려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원하는 유형의 글에는 자신이 있어서 큰 무리 없이 합격했던 것 같고(이것도 진짜 괴물들 만나고 무너지긴 했지만) 그렇게 고대하던 동아리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작. 또 무언가를 시작. 대학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내 환경을 많이 바꾸어 놓는다. 익숙해진 환경에서 벗어나고 편했던 공간들에서 멀어지고, 공간뿐일까 늘 똑같았던 익숙한 생각들마저 떠나가고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오던 시기였다. 몸을 둘러싼 모든 것이, 내 전부였던 작은 세계가 커지고 뒤집어졌다.
그래서인지 첫 OT날, 이미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지친 와중에 또 새로운 활동이 또 시작된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큰 부담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또 만나야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또 대화해야 하고...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안고 또 처음 보는 장소로 나아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했던 활동은 다행히도 내 예상을 조금 많이 빗나가는 오티였다.
오티라고 해봐야 몇 가지 공지나 하고 바로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겠거니 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다음 활동이 조금 텀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냅다 시작부터 알면 좋은 우주 지식을 설명해 주는 시간이 있었다.
첫 시작부터 신입 부원들을 앉혀두고 강의식 발표를 하는 동아리라니...
이것도 놀라운데 아마 이날 저녁 보유한 망원경들을 가지고 관측회까지 했던 것 같다.
워낙 동아리 이미지가 술동아리, 연애 동아리라는 말이 많아서 걱정했던 것도 사실인데, 웬걸, 첫 시간부터 날씨가 엄청 좋거나 하지 않고 학교에서 한 관측이라 별을 많이 본다거나 하는 것은 못했지만 강의에 망원경이라니.
첫 시작부터 놀랍지만 꽤 즐거웠다.
그리고 깨달음과 함께 다짐을 했다.
이 동아리를 4학년까지 하겠구나. 이 동아리에 뼈를 묻어야지.
한 번쯤 글로 남겨 보고 싶었던 내용이 있다. 내가 내 동아리 지원서에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별에 대한 진심, 우주에 대한 진심을 다뤄보고 싶었다. 언젠가 없어질 진심이라도 내가 이렇게까지 별을 사랑했다는 것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별이라는 것에 진심을 보여준다는 것이 뭘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심은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의 마음이다.
지구를 품고 있는 상상도 못 하게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지,
먼지밖에 안 되는 인류가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모습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의미가 없기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모든 것을 나는 우주를 통해 느낀 것 같다.
나뿐이 아니다. 어느 누가 감히 관측지에서 보이는 쏟아지는 별을 보며 경이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그 황홀한 광경 밑에서 누가 감히 그 거대한 상식을 넘어서는 것에 경이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우주에 진심을 보여준다는 것은 내가 느끼는 경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내 경이는 놀라는 것으로 넘어서서 작지만은 않은 소망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내가 한평생 밟고 살아가지만 평생 내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할 곳. 지구가 둥글고 푸르다는 것을 내가 직접 보고 싶었다.
아마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지 않을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쯤 우주선에 몸을 싣고 내 운명을 그곳에 맡겨
죽어도 좋으니 딱 한 번,
못 돌아와도 좋으니 딱 한 번,
내가 살아왔던 푸르고 둥근 행성을 지구 밖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지구를 마주했을 때 감상이 아릅답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우주기술의 발전이 그때까지 더 이루어지길. 그리고 그때 내가 우주에 나갈 재력과 체력이 되길.
이게 내가 생각하는 우주에 대한 내 진심이었고 그것을 나는 지원서에 남겼었다.
별에 관심이 좀 있다면 북극성 찾는 방법 정도는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나누고 싶다.
1. 밤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는다.
2. 국자 앞부분 별을 이었을 때 나오는 것이 북극성이다. 그 길이의 몇 배 이런 이야기들도 하는데 이 정도만 찾으면 밤하늘에서는 바로 보일 것이다.
1. 카시오페아 자리를 찾는다.
2. w의 양 점을 이은 가운데 점을 찾아서
3. w의 안쪽 점과 함께 쭉 이었을 때 나오는 것이 북극성이다.
난 처음 관측할 때 북극성과 카시오페아를 어떻게 찾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보는 하늘은 앱에서 보는 것처럼 한눈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방향을 돌아가며 보고 고개를 젖혀 보는 방법밖에 없는데 모든 방향을 돌다 보면 누가 봐도 국자와 w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대충 눈대중으로 선을 이어서 가다 보면 누가 봐도 북극성이다 싶은 별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왼쪽 위 누가 봐도 카시오페아 w가 보이는가?
누가 봐도 북두칠성. 이때가 가장 처음 관측을 했을 때라서 삼각대가 없어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보고 싶다.
이것도 제일 처음 찍은 사진.
오늘도 우주와 함께 즐겁고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