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명품 공무원을 가질 자격이 있다
여러나라를 두루 살아보는 건 큰 행운이다.
싱가폴 주재는 이번이 두번째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는 관점도 달라져서 싱가폴 주재가 더 즐겁다.
싱가폴을 보면서 항상 생각하는 건 국부 리콴유다.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하는 분이라 관련된 다큐멘터리와 책을 읽어보는데, 싱가폴이 왜 껌을 금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엔 어느 동남아 나라와 마찬가지로 싱가폴도 가난했고 지저분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껌을 씹고 길바닥이나 건물에 붙여 댔는게 그게 말할 수 없이 지저분했다고. 그런데 1980년대 싱가폴이 MRT (전철)를 도입했는데 사람들이 껌을 지하철 문에 붙여대서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자, 여러 계도를 했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열받은 리콴유는 (역시 중국 스타일로) 껌을 완전히 금지해 버린것이다. 벌금의 나라 싱가폴답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리콴유의 원칙주의는 1994년 싱가폴 국제학교를 다니던 미국인 틴에이저의 망나니 행동에 법을 철저히 적용하여 태형을 받게 한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던 미국의 10대 소년 마이클은 동급 친구들을 선동해서 거리에서 낙서를 하거나 기물을 부수는 등의 행동을 재미삼아 하고 다닌다. 이에 싱가폴은 그에게 태형을 선고했고, 이에 돈많은 그의 엄마는 여러 루트로 자기 아들의 태형을 막아보고자 로비를 하지만 싱가폴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자, 미국 대통령 클린턴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쓴다. 싱가폴의 가혹한 처사는 십대 어린아이에데 적절한 조치가 아니며 인권유린이라는 등등의 개소리를. 클린턴은 결국 리콴유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편지를 쓰게 된다. 이 사건은 미국과 싱가폴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강대국 미국 대통령이, 그것도 여론의 중심에서 그런 편지를 썼을때,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 작은 나라 싱가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리콴유는 법의 질서와 원칙을 강조했다. '어떤 나라에서 총을 허용하는 것은 그 나라의 선택이다, 싱가폴에는 싱가폴의 법이 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싱가폴의 법이 집행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클린턴의 얼굴을 살려줄 겸 태형을 조금 감형했지만 그 망나니 미국인 소년에게 꿋꿋하게 형을 집행했다 (https://mustsharenews.com/michael-fay-today/). 이러한 리콴유의 결정과 의지는 미국에서조차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법 수호에 대한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 때문에 싱가폴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굳게 신임한다. 그리고 재밌었던 점은, 국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부가 청렴하게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 공무원들의 월급이 넉넉해야 한다고 말한다. 싱가폴인들은 싱가폴 공무원들이 넉넉한 월급을 받아 부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공익을 위해 청렴하게 일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싱가폴 현지인들이 그런 말을 하는데 개인적ㅇ로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선 공무원들이 월급이 높으면 국민들의 반감을 사며, 고위 공무원들이 장거리 비행을 가는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면 마치 무슨 큰 죄나 지은 듯이 국회에서 꾸지람을 받곤 한다.
그래서 싱가폴 장관급이 1년에 얼마를 버는지 인터넷으로 조사해 보았다. 한달에 55,000 불 (한화로는 한 달에 약 5천5백만원정도)였다. 연봉으로 치면 거의 한화 7억에 달한다.
그래서 한국 장관은 얼마나 받나 조사해 보니 평균 1억 5천이 안 되었다.
이 금액의 차이가 과연 타당할지 1인당 GDP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다.
싱가폴과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2배 차이가 난다 (U$73k (싱가폴) vs U$35k (한국)).
그런데 장관급 연봉은 거의 7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 말은 즉슨, 우리가 가난해서 못 주는 게 아니라 돈은 있는데 공무원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국의 장관급들은 그 자리가 주는 책임에 비해 매우 적은 돈을 받으며 그래도 장관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곧 그 자리가 주는 명예나 또 그 자리에 있음으로서 누리는 다른 부가적인 것들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제대로 청렴하게 훌륭한 행정을 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그건 마치 직원 월급은 중국 중소기업 수준으로 짜게 주면서 미국 대기업 같은 결과는 못 내느냐고 하는 도둑놈 심보다. 그 싱가폴 현지인들과 공무원에 대한 견해를 들으며 왜 싱가폴은 이렇게 멋진 나라를 만들수 있었고 한국은 그렇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 기본 '기준'을 만든 국부 리콴유의 리더십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도 똑같은 독재가 같은 시기에 있었건만. 둘의 차이는 한 사람은 군인출신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행정가 출신이었다는 것.
공무원들에게 연봉 듬뿍줘서 최고의 머리 좋은 사람들이 나라를 제대로 청렴하게 이끌면 좋겠다. 그냥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미적, 철학적 감각이 있는 전인적 고급 명품 행정가들을 우리 공무원으로 갖고 싶다. 싱가폴 사람들처럼, 우린 공무원들에게 넉넉히 준다, 그러니 부패나 뇌물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라는 수준으로 올려서 살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올 해 초 싱가폴 교통부 장관이 뇌물 수수에 연루되어 바로 사임했고 그는 이제 행정가로서의 인생은 끝났다.
왜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공무원들의 부패는 관용적으로 허용하면서 (부패에 관한 뉴스가 나와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부패를 저지르는 정치인이 재선, 삼선 의원이 되는 걸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공무원들 월급과 수준을 올리는데 인색할까?
국정감사에서 공무원들 비즈니스 클래스 타고 출장갔다고 혼내는 국회의원들 너무 수준 낮다.
비즈니스 클래스가 문제가 아니라 출장을 간 목적과 성과가 있냐 없느냐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것을 말하는 국회의원들은 거의 없다.
싼 건 결국 싼 티가 날 수 밖에 없다.
나처럼 명품 공무원 갖고 싶은 사람?